늘 손흥민이었으나 올해는 김민재도 있었다[2022년 축구결산①올해의 선수]

윤은용 기자 2022.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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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지난달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오랜 기간 한국 축구는 손흥민(토트넘)의 시대와 함께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그리고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남긴 업적은 눈부시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열린 2022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됐다. 2013년 첫 수상 이후 통산 7번째 수상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김민재(26·나폴리)의 활약도 손흥민 못지 않게 화려했다.

김민재는 148점으로 182점을 얻은 손흥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점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았다. 투표에 참가한 KFA 기술발전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미디어는 이번 시즌 김민재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민재는 2022년을 통해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수비수로 올라섰다. 그는 2022~2023 시즌 개막을 앞두고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꿈에 그리던 유럽 빅리그에 발을 들여놨다. ‘나폴리의 왕’이라고 불리던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첼시)의 이적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으나, 김민재는 이적 직후 곧바로 팀의 주축 수비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팀을 리그 무패 선두로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팀을 조 1위 16강에 올려놓으면서 자신을 향한 의심을 완벽하게 지웠다. 9월 세리에A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달의 선수’에 뽑힌 것은 그의 활약이 얼마나 빼어났는지를 증명했다. 수비수에 엄격한 이탈리아에서 김민재가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실로 큰 의미가 있었다.

김민재의 활약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으로 이어졌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던 김민재는 이번 월드컵에 거는 각오가 남달랐다. 그 다짐은 조별리그에서부터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왔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후반 막판 종아리 부상을 당했음에도 풀타임 활약하며 0-0 무승부를 이끌고 값진 승점 1점을 안겼다. 190㎝·87㎏의 큰 체구에도 엄청난 스피드로 따라붙는 김민재에게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같은 우루과이의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이이 맥을 추지 못했다.

김민재는 가나전에서 비록 한국이 2-3으로 패했음에도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고, 포르투갈전에서 휴식을 취한 뒤 브라질과 16강전에서도 다시 풀타임을 소화했다. 브라질전 직후 “개인 능력이 뛰어난 잘하는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있으니 정말 한숨만 나왔다”며 허탈해했지만, 애초 선수들이 조별리그에서 방전이 된 상황에서 그 혼자 온전치 않은 몸상태로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브라질을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격에서 손흥민이 절대 빠져서는 안될 선수였던 것처럼, 김민재도 수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결코 제외시킬 수 없는 핵심 전력이었다.

김민재는 4년 후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올림피아코스) 등 1996년 동갑내기 선수들과 함께 팀의 주축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을 포함한 1992년생 형들이 그랬던 것처럼, 4년 뒤에는 김민재를 중심으로 팀이 똘똘 뭉쳐 16강 그 이상의 기적에 도전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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