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목사에서 장례지도사로… 유족 마음 채워주는 '심리전문가' 되다

전민준 기자 2022. 12. 2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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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환준 프리드라이프 실장 "타인에게 도움 주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
백환준 프리드라이프 의전본부 실장이 웰다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제공=프리드라이프
상조 가입자 730만명 시대. 상조가 단순히 장례가 아닌 인생을 함께하는 '라이프 케어'의 존재가 되면서 관련 산업과 문화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족과 함께 장례 전반을 책임지는 장례지도사 역시 사회적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이제는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전문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의전본부를 이끌고 있는 백환준 실장(45)은 2016년부터 6년 동안 장례지도사로 근무하며 장례 전반에 있어서 유족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전문가로 힘을 쏟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1월 말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프리드라이프 빌딩에서 만난 백 실장. 그를 만나자 마자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목사에서 장례지도사로



장례지도사로 입문하기 전 백 실장은 전업 목사였다. 활발한 성격에 열정이 넘쳤던 백 실장. 그런 백 실장에게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장인어른 장례식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장례지도사님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했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장례지도사를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백 실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히틀러를 규탄하다가 숨을 거둔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본 훼퍼'라고 한다. 그는 "본 훼퍼는 학자적 삶을 넘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며 사회 정의를 위해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했다"며 "목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 이어 장례지도사의 길에 들어선 것도 본 훼퍼의 희생정신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 실장은 "고통이 없는 얻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난과 고통은 인생의 가치와 교훈을 깊게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장례지도사의 일 역시 책임과 고통을 이겨내며 그만큼 큼 기쁨과 보람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장례지도사가 장례 시작부터는 물론 장례를 마친 이후 일들까지 유족을 살피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장례지도사는 장례 토탈 서비스를 담당해야 하기에 많은 장례의 지식 외에도 현재 장례의 동향에도 밝아야 한다"며 "가족들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기술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장례지도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백 실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인을 주검이 아닌 한 사람의 고귀한 죽음으로 받아들여 그 삶을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마음가짐은 안내자의 역할과 함께 섬기는 자의 역할과 자세가 중요하다"며 "장례 전문인이라는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실장은 또 "장례지도사는 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백 실장은 고인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르신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고인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며 "호흡은 멈췄지만 몸의 감각들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로 고인을 섬긴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힘줘 설명했다.
백환준 프리드라이프 의전본부 실장은 장례지도사도 전문인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사진제공=프리드라이프


"웰다잉은 유가족에게 좋은 모습 남기는 것"



최근 노인 인구 증가 및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죽음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관심이 높아지며 웰다잉(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웰다잉은 죽음을 삶의 일부이자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고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의식이 명료할 때 죽음 준비를 위해 생애 말기 계획을 세워 자신이 희망하는 임종방식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죽음 준비 행동이다. 장례형태 및 장례식, 사후의 제사, 장기기증 등의 결정과 유언장 작성 등이 포함된다.

백 실장은 "유가족들에게 고인을 좋은 모습으로 기억에 남기는 일이 웰다잉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떠나는 모습까지도 남겨진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죽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다잉 문화가 퍼지며 장례지도사에 대한 직업적인 편견도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장례지도사가 장례 전반에 있어 가족의 필요를 채워주는 직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지도사는 단순 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전문인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도 잘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백 실장은 고인을 대하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고인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현실의 삶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한 마지막을 선물하지는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실장은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장례지도사만큼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며 "장례를 마칠 때마다 즉 3일에 한 번 이상은 듣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례는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연결돼 있는 인륜지대사"라며 "인생의 마지막을 예를 다해 마쳐드리는 일이며 터부시되거나 간단하게 치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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