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 끝 출범한 '국가교육위' 첫 심의안건부터 갈등…순항할까
"교육 쟁점을 중심으로 한 토론·합의로 생각의 간극 좁혀야"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중장기 교육정책과 교육과정, 학제·교원정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보수·진보 진영 갈등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6일 교육계 등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 분출된 진영 간 갈등을 무마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국교위원들의 임기 3년간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교위는 애초 지난 7월 말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각 기관·단체의 위원 추천이 늦어지며 9월27일 지각 출범했다.
국교위는 당시 21명의 위원 중 교원단체의 추천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9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보수·진보 측 추천 인원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데다 정치색이 뚜렷한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출범부터 정파·진영 간 갈등이 예고됐다.
우려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의결 과정에서 현실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졌던 '자유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용어 논쟁이 재연됐고, 연구진 시안에 포함됐던 성평등·성소수자 표현이 빠지면서 국교위원 간 갈등이 폭발했다.
지난 14일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 의결을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참석위원 19명 중 3명이 회의에 불참했고 12명 찬성, 3명은 반대, 1명은 기권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정대화 상임위원을 비롯한 진보성향 국교위원 5명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국교위가 졸속 심의와 일방적 강행으로 심의본을 심의·의결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에는 정 상임위원과 김석준·장석웅 국교위원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교위의 심의본 심의·의결을 다시 비판했다.
간담회에서 정 상임위원은 "토론·합의 중심의 회의 운영, 합의 불성립을 선호하는 운영방식이 필요하고,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 지정 검토 등 중장기적으로 법·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한 국교위원은 "교육과정의 '자유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논쟁 등은 교육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다. 진영 논리가 담긴 정치적인 이슈를 놓고 논쟁한다면 1년 동안 회의를 해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교위는 지난 21일 올해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교위 산하에 전문위원회·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위원 다수는 국교위 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위 등을 통해 쟁점 사안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파·진영 간 위원 수의 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에 전문위·특별위 설치로 갈등을 방지하거나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진영 간 논리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갈등만 하고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가급적 공통 분모 위주로 합의를 하고, 정 안 되면 다수·소수 의견을 첨부해 통과시키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9일 내놓은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에서 "위원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경우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문·정치적 논쟁 사안은 교실에서도 논쟁 사안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거나 복수표기를 허용하는 등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교위원도 "국교위 내부의 모든 논쟁이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교육 쟁점의 경우 토론·합의로 접점을 찾을 수 있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 심의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한 것이 적지 않다"며 "교육 쟁점부터 토론·합의로 생각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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