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⑤] 언더독의 반란, DRX 우승과 서브컬처 강세
올해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엔데믹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엔데믹을 선포했다. 해외여행 규제도 완화됐으며 대학 축제, 콘서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게임 산업 역시 크고 작은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다. 좋은 일도, 궂은 일도 많았다. 과연 어떤 이슈들이 있었을까. 올해 가장 많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게임 업계 주요 이슈 열 가지를 선정해 보았다.
■ 2022년 10대 뉴스
1. 3년 만에 정상화 된 지스타
2. 게임스컴 3관왕 'P의 거짓'
3. 우마무스메 평점 시위
4. 긁어 부스럼 만든 게임위
5. 김정주 넥슨 창업주 별세
6. 한국의 콘솔 시장 도전
7. 트위치 서비스 파행
8. 위믹스 상장 폐지
9. '중꺾마' DRX의 롤드컵 우승
10. 메이저 된 서브컬처 게임
⑨ '중꺾마' DRX의 롤드컵 우승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챔피언은 '소년 만화'의 주인공 DRX가 차지했다. 주장 '데프트' 김혁규는 지난 2013년 4월 3일 데뷔 이후 3505일 만에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DRX의 우승 스토리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롤드컵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던 DRX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TES와 로그를 꺾고 조 1위를 달성했다. 힘겹게 진출한 8강에서도 '디펜딩 챔피언' EDG를 상대로 '패패승승승'이란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4강 바늘구멍을 뚫었다.
4강에서는 정규 시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LCK 1번 시드 젠지였지만 보란듯이 3대 1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을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하며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DRX는 이번 롤드컵을 통해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모든 라운드를 뚫고 우승한 최초의 팀으로 기록됐다. 또한 출범 이래 토너먼트에서 우승팀(EDG, 젠지, T1)만을 꺾고 우승한 첫 번째 팀이 됐다.
데프트는 지난 2013년 4월 3일 데뷔 이후 선수로써 3505일 만에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통해 만 21세 이상 원딜 롤드컵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깨졌다. 아울러 25세의 앰비션이 세운 최고령 롤드컵 우승자 타이틀을 26세로 갱신했다.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드 라이너 '제카' 김건우와 정글러 '주한' 이주한은 롤드컵 첫 진출부터 우승까지 달성한 '로얄로더'를 달성했다. 주한은 롤드컵 스킨 최소 경기 수인 2경기를 모두 채워 2018년 '듀크' 이호성 이후 약 4년 만에 식스맨 스킨이 나오게 된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결승에 오른 베릴은 역대 최고령 우승 서포터 자리를 스스로 다시 한번 갱신했다. SKT T1 소속 '울프' 이재완과 함께 서포터 롤드컵 우승 2회로 타이를 기록했다. 서로 다른 팀에서 우승한 주전 선수로는 최초다.
데프트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올해를 관통하는 유행어가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뜻하는 이 말은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광고와 정치권에서도 쓰였다. 지난 13일 포르투갈전 승리 후 16강 진출 성공 당시 '중꺾마'가 적힌 태극기를 선수들이 사용하며 e스포츠판을 넘어 전 국민에게 각인됐다.
국가대표 손흥민도 "'중꺾마'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줬다. 모두가 자신들의 삶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또한 5번의 월드컵 도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2022년은 그야말로 중꺾마 열풍이 불었다.
⑩ 메이저 된 서브컬처 게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정 마니아층만 즐긴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서브컬처 장르 게임이 주류로 성장했다. 폭넓은 유저풀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챙기며 메이저 장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서브컬처는 본래 일본과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백인, 이른바 '와패니즈'를 중심으로 활발히 소비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들이 이용하는 비주류 게임으로 취급받았다. 소위 '오타쿠 게임'이라는 인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못했다.
인식은 변하기 마련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2014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세븐나이츠1'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7년 '소녀전선'이 상륙하며 서브컬처 이미지가 급변했다. 소위 '인싸도 하는 오타쿠 게임'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시간은 흘러 2022년 서브컬처 게임은 더 이상 서브가 아닌 '메이저 게임'이 됐다. 게임 시장, 그중에서도 모바일 게임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그리고 거대한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이 바로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한 수집형 RPG다.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한국형 수집 RPG 장르 형성 연구'에서는 성공 이유에 대해 "모바일 디바이스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다수의 캐릭터 제공과 그 수집 과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성공의 근간에는 캐릭터 수집을 위한 설득적인 동기 부여에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상반기 글로벌 매출 3조2840억 원을 달성한 호요버스의 히트작 '원신'이 대표적 사례다. 경쟁 요소 하나 없이 전 세계 유저들의 지갑이 열렸다. 깊이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유저들의 몰입을 유도하며 '캐릭터 수집을 위한 동기 부여'에 성공했다. 다른 흥행작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서브컬처 게임 개발진 역시 시장의 온도 변화를 느끼고 있다. 카운터사이드 개발을 이끈 스튜디오비사이드 박상연 PD는 "서브컬처라는 개념은 대세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자유롭게 즐기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박 PD는 "매출 비중이 높아져도 그 특성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원신처럼 트리플 A급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형 서브컬처 게임 출시가 잇따를 것이다. 퀄리티 기준점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루 아카이브를 총괄하는 김용하 넥슨게임즈 PD 의견도 비슷했다. 김 PD는 "다양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시장에 소개됐다. 서브컬처 게임도 보다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IP로서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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