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로 이재명 수사 신호탄 쏜 檢, '부정한 청탁'이 쟁점
대법원 판례 따르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핵심
이 대표 28일 출석 여부 불투명…당일 광주 일정
성남FC가 시작, 대장동·쌍방울 사건 등에도 수사선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다수의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의 첫 포문을 열었다. 이번 주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약속' 여부가 유무죄를 가른다. 법조계에서는 두산건설 등 기업이 성남FC에 낸 광고 후원금 성격을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기업 민원 처리의 대가라는 점이 인정될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남지청, 제3자 뇌물 혐의로 28일 소환 통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8년 네이버·두산건설·NH농협은행·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 등 관내 기업 6곳에 부지 용도변경 등 현안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 FC를 통한 정치적 성과가 필요했던 이 대표와 자사 이익을 위한 현안 해결이 절실했던 기업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후원금 형태'로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에게 적용한 제3자 뇌물은 형법 제130조(제3자뇌물제공)에 근거한다.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 즉,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판례에 따르면 제3자 뇌물죄의 '부정한 청탁'이란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한 경우 뿐 아니라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더라도 그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와 연결 시켜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내용이면 된다. 또 이 청탁은 명시적 의사 표시에 의한 것 뿐 아니라 묵시적 의사 표시도 가능하다. 하지만 묵시적 의사 표시의 경우 청탁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인식이 양 당사자 사이에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구조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던 국정농단 사건을 살펴보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에 따라 돈의 성격이 뇌물로 결정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 주도로 설립한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고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법원은 신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유죄 취지 판단을 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문제를 잘 봐달라는 뜻이었는 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이 회장에게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면서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의 딸에게 34억원 상당의 말 3필을 지원했는데,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없는 '승마 지원' 역시 뇌물로 보고 유죄 판결했다. 해당 공무원이 얻은 것이 없더라도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된 셈이다. 공무원은 직무집행을 공정하게 해야 하고 돈에 의해 매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성남시 공무원 공소장 통해 본 이 대표 제3자 뇌물 혐의
두산그룹 직원들은 이같은 성남시 입장을 파악하고 2013년 11월 성남시 관계자 등을 만나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 부탁했고, 이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로부터 '성남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일정표'를 제공 받았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FC 운영 자금을 현금으로 받을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성남시 관계자 보고를 보고도 무리하게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A씨 등은 당초 두산건설에 요구했던 기부채납 비율을 15%에서 10%로 낮춰주는 대신 5%에 상응하는 50억원을 두산건설이 성남FC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두산그룹 측도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성남FC에 현금 50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성남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두산건설 측은 성남FC에 2016년 20억원, 2017년 20억원, 2018년 11억원 등 총 50억원을 지급했다.
검찰은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두산건설이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후 정자동 부지를 계열사에 매각해 약 1775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했고, 사옥 신축 공사를 수주해 공사대금 합계 약 2518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등 대규모 개발 이익을 확보했다고 결론 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명확한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를 묻지 말고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보길 바란다"며 출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28일에도 이 대표의 광주 현장 일정이 계획돼 있어 현재로서는 출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대표가 소환 요구에 최종 불응할 경우 수사팀은 일정을 조율해 다시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체포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불러올 정치적 후폭풍을 감안할 때 이 대표와 민주당 측 협조를 우선 구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소환 통보가 이 대표를 향한 수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가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대북송금 의혹에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서다.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이 대표의 성남 라인 측근들은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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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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