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수사 국면서 文心에 호소하는 이유
"새해 인사 드리고 덕담과 조언 듣는 자리" 설명
성남FC 후원금 소환 통보에 계파 '단일대오' 노력
비명계, 모임 확대시키며 李 견제 움직임 보여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당내 정치적 자산을 상당 부분 갖고 있는 문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사법리스크 격화에 따른 당내 계파 분열을 방지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로 예정된 부산·울산·경남 '민생 경청투어'를 진행하면서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인 8월29일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PK 지역을 방문하면서 문 전 대통령과의 환담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새해 인사를 드리고 덕담과 조언을 들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미친 상황에서 계파 분열을 방지하며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최근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이나 월성 원전 등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방위적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도 친문계를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활동이 눈에 띄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분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김영배 의원 등은 기존의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를 개편해 '2023년 민주당의 길 연속토론회'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당내 '친문계(친문재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연구원'도 지난달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아직 수사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 공개적인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이 대표 혐의와 관련한 '스모킹건'을 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거나 여론이 악화될 경우 계파 분열은 시간 문제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이 짊어진 채 다음 총선에 임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대표가 뇌물 등에 직접 연관된 증거가 나올 경우 그간 자제해왔던 비토 목소리는 본격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비토 목소리의 근원지가 될 가능성이 큰 친문계의 경우 규모가 크고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이 대표 입장에선 선제적 단속의 필요성이 높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는 검찰 수사 상황과 함께 당내 움직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며 "이번 양산 면담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친문계를 끌어 안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친문계 정태호 의원을 내정한 것 역시 이같은 친문계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지난 대선 경선 때는 이 대표와 경쟁 관계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주요 친문계 인사다. 당 지도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강한 의중을 실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복당을 허용한 것 역시 친문계에 대한 메시지다. DJ계인 박 전 원장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 전 대통령 인사들과 함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국민의힘은 '문심(文心·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기대려는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민생경청투어 일정을 두고는 검찰 소환조사에나 응하라며 "도피투어(양금희 대변인)"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박 전 원장 복당 등에 대해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서 주요 요직을 거쳤던 프로맨이 이 대표의 '스핀닥터(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홍보 전문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을 것(김기현 의원)"이라고 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