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명수식 인사에… ‘대법원 요직’ 재판연구관 4~6명 또 사의

유종헌 기자 2022. 12.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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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추천제 등 김명수식 인사에 엘리트 판사 이탈 가속화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실력 있는 판사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사법부 인사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마다 ‘엘리트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정기 인사에 대비해 일선 판사들에게 사직원을 받았다. 이에 대법원 재판연구관 4명이 사직원을 냈다고 한다. 다른 재판연구관 1~2명도 아직 사직원을 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법원을 떠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정기 인사에 앞서 재판연구관 5명이 사직한 데 이어 이번에도 재판연구관 ‘줄사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연구관은 법원 내 요직으로 꼽힌다. 대법원에 올라온 모든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재판연구관이 검토해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올린다. 이 보고서는 대법원 재판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판연구관이 보고한 의견과 같이 (사건을) 처리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박시환 전 대법관)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동안 재판연구관에는 법률 지식과 재판 능력이 뛰어난 판사들이 발탁됐고, 이들은 법원에 계속 남아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을 거쳐 대법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판연구관 출신인 한 부장판사는 “이제는 재판을 열심히 한다고 법원장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에이스 판사들’이 법원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사직하는 재판연구관 대부분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할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 주요 사건의 핵심 쟁점뿐만 아니라 대법관들의 생각까지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로펌에 가면 대법원 기밀이 유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편 ‘실력파’ 일선 판사 상당수도 이번에 법원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판사 중 최소 9명이 사의를 밝혔는데, 여기에 사법고시 수석 출신인 정수진 판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민사법 실력자로 불리는 노재호 광주지법 부장판사도 사직원을 냈다고 전해졌다. 노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차석 출신으로 동기 중 승진 1순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근무 당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렸다. 법관징계위에서는 징계가 아닌 ‘불문’ 처분만 받았지만 동기들보다 1년 늦게 부장판사를 달았고, 결국 법원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한 부장판사는 “문재인 정부 때 김 대법원장이 ‘정권 편들기’ 재판을 하고 임성근 전 고법부장을 민주당이 강행한 ‘억지 탄핵’에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 판사들이 많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고법 판사나 지법 부장판사가 잇따라 사직하면 재판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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