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등하굣길 바꿨다" 청소기 회사 다이슨이 만든 특별한 '배낭'

안하늘 2022. 12. 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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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몰려 사는 도시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국에서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혼잡한 간선 도로를 이용해 통학한 아이들은 인적이 드문 뒷골목으로 통학한 아이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기 오염에 노출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서울에서는 용산구에 사는 30대 초반 워킹맘이 매일 출퇴근길에 배낭을 매고 한강 둔치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다.

다행히 서울의 대기 오염 정도는 주요 도시 중 중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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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공기 질 측정하는 배낭 개발
런던 250명 초등생 대상 실험 결과
등교 시 5배 이상 이산화질소 노출 확인
"서울은 봄 황사철 노출 최소화해야"
2019년 브리드 런던 프로젝트에 참여한 영국 런던의 초등학생들. 다이슨 제공
"서울도 대기 오염이 민감한 사람들에겐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프레드릭 니콜라스 다이슨 환경제어 선임매니저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몰려 사는 도시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국에서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중국 대륙에서 날아오는 황토와 미세먼지라는 큰 걱정거리를 떠안고 있다. 그나마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쓰고 있지만, 야외에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영국의 가전회사 다이슨이 공기 질 측정 배낭을 만들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실험까지 하고 나선 배경이다.

프레드릭 니콜라스 다이슨 환경제어 선임매니저는 25일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공기 오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환경적 요인"이라며 "우리의 목적은 보이지 않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일상에서 공기 질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악 스모그 겪은 런던, 다이슨과 공기 질 모니터링

다이슨의 공기 질 측정 배낭. 다이슨 제공

다이슨 본사가 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은 1952년 12월 엄청난 스모그 때문에 1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이후 70년 동안 대기 오염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2019년 그레이터 런던 당국(Greater London Authority)과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대가 함께 진행한 '브리드 런던(Breathe London)'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기 질 정보를 주기 위해 시작했다. 다이슨은 이 프로젝트의 기술 부문 협력사로 참여해 공기 질 측정 배낭을 만들었다.

이 배낭에는 공기 질을 나쁘게 하는 원인을 감지하는 공기질 센서와 배터리, 오염원이 측정되는 위치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 GPS 모듈이 들어있다. 또 다이슨은 배낭과 연동되는 공기 질 앱을 개발해 이동 동선에 따라 오염원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도록 했다.

니콜라스 매니저는 "특히 많은 연구를 통해 어린이들이 공기 질을 나쁘게 하는 요인들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린이들이 대기 오염이라는 위험 요소에 얼마나, 어떻게 노출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초등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등하굣길 대기 오염 수배 노출…통학길 변경 유도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2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평균적으로 모든 학교의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때와 비교해 아침 등교 때는 다섯 배, 집에 돌아갈 때는 네 배 높은 수준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혼잡한 간선 도로를 이용해 통학한 아이들은 인적이 드문 뒷골목으로 통학한 아이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기 오염에 노출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초등학생의 31%는 학교에 오가는 경로를 바꿨다.

다이슨은 2020년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14개 도시에서 각 국가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시기별로 공기질 측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용산구에 사는 30대 초반 워킹맘이 매일 출퇴근길에 배낭을 매고 한강 둔치에서 대기 오염도를 측정했다. 다행히 서울의 대기 오염 정도는 주요 도시 중 중간 정도였다. 허용 가능한 수준이지만, 대기 오염에 민감한 사람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니콜라스 매니저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3~5월 황사철에 1~10마이크로미터(μm·100만 분의 1m) 수준의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공기 중의 가시성이 낮아졌으며 이런 미세먼지는 주로 산업 지대 혹은 천연 자원에서 흘러나온 오염원을 담고 있었다"며 "심각한 수준의 황사일 경우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에 머물거나 잠시 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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