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FC에 39억 넘어가자… 네이버 사옥 용적률 상승·주차장 입구 변경
기업 수사, 네이버·차병원·두산건설 등 마무리
①네이버 신사옥 용적률 670%→913% 상향
②차병원 줄기세포 시설 지구단위계획 변경
③두산건설 부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실무 지휘 의혹 정진상 검찰 조사서 혐의 부인
이재명 "싸우겠다...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 통보한 검찰이 두산건설에 이어 네이버와 차병원까지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네이버의 경우 성남시가 성남FC 후원 대가로 제2사옥 용적률을 670%에서 913%로 올려주고, 고속도로 쪽으로 제2사옥 주차장 입구 방향을 변경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차병원과 관련해선 병원 부지 내 줄기세포 연구시설 조성 사업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성남FC 후원이 마무리된 이후 진행된 점을 주목했다. 검찰은 두산건설과 관련해서도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두산건설 임원을 만난 뒤 실무진 사이에 오간 이메일과 두산 임원들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 기업 수사...네이버·차병원·두산건설 등 마무리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을 수사한 결과 △네이버 △차병원 △두산건설에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최근 3개 기업 조사를 마무리하고, 성남시에서 실무를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진상 전 실장을 조사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에게도 소환 통보를 했다.
검찰은 그동안 공무원(이재명 대표, 정진상 전 실장 등)이 직무집행(인허가 등)을 대가로 제3자(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주도록 하면 성립하는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해왔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에서 각종 인허가와 용도 변경 등을 원하는 기업들을 접촉해 민원 해결 대가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네이버 위해 '희망살림' 우회 지원 아이디어
검찰은 네이버를 상대로는 지난 6월 완공된 제2사옥 인허가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네이버 제2사옥은 기존 본사 바로 옆인 분당구 정자동 178-4 번지 부지(면적 1만848㎡)에 세워졌다. 이 땅은 성남시가 네 차례 매각을 시도한 끝에 2013년 11월 네이버에 넘겼다.
당시 허락된 용적률은 670%였지만, 현재 적용된 용적률은 913%로 높아졌다. 네이버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용적률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초 제2사옥 주차장 출입구는 건물 뒤편(정자일로 방향)에 만들어야 했는데, 분당수서고속도로에서 바로 제2사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주차장 입구가 반대편으로 바뀌도록 도시계획이 변경된 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제2사옥 용적률 상향 및 주차장 입구 변경이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전달한 40억 원 중 39억 원이 성남FC로 넘어간 2016년부터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임기가 끝난 2018년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차장 입구 관련 도시계획변경은 2016년에 이뤄졌고, 용적률 상향은 2018년에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9월 네이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남시에 요구한 민원사항을 정리한 문건과 이와 관련된 네이버 임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측은 검찰 조사에서 "성남FC 후원을 시작하면 다른 스포츠구단에서도 요청할 수 있어 직접 후원을 꺼려했더니, 성남시에서 '네이버→희망살림→롤링주빌리→성남FC'로 이어지는 4자 협약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네이버가 직접 후원에 부담을 느끼자, 성남시가 '시민 부채 탕감 운동' 롤링주빌리 참여를 제안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차병원 줄기세포 시설-성남FC 후원 연관
검찰은 성남FC에 후원한 차병원에 대한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했다. 차병원은 2009년부터 기존 차병원 부지(분당구 야탑동 351번지) 인근 △분당보건소(야탑동 349번지) △분당경찰서 예정부지(야탑동 350번지)를 묶어서, 줄기세포 의료시설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차병원은 2012년 경찰청 소유의 분당경찰서 예정부지를 차병원 소유의 다른 부지와 교환하면서 계획을 실행했다. 차병원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015년 MOU에선 야탑동 349, 350, 351번지를 합쳐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뒤 줄기세포 의료시설을 세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병원은 2015년 MOU 체결 두 달 뒤에 성남FC와 스폰서 협약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33억 원을 후원했다. 특히 후원이 마무리된 2017년 3월 성남시는 야탑동 350번지와 351번지를 합친 1만6,396㎡ 토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나아가 200%와 250%였던 두 부지의 용적률을 460%로 올려주고, 운영할 수 있는 병상 규모도 300~600개에서 500~1,000개로 늘려줬다.
검찰은 차병원 실무진과 차병원그룹 일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MOU 및 지구단위계획 승인과 성남FC 후원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상-두산 임원 만남 후 실무진 이메일
검찰은 두산건설과 관련해선 두산건설 전 대표와 전직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기소한 뒤 추가 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정진상 전 실장과 두산건설 임원이 만난 날짜를 특정하고, 이후 두산건설과 성남시 실무진이 성남FC 후원과 관련해 주고받은 이메일도 확보했다.
검찰은 앞서 두산건설 전 대표를 기소하면서 두산건설이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한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 원을 공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자동 부지는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변경됐고, 용적률은 250%에서 670%로 올라갔다.
정진상 혐의 부인... 이재명 "싸워 이기겠다"
정진상 전 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성남FC의 정상적인 광고 영업을 통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후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기겠다"며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인지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받을 거냐고 먼저 물어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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