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체감 -50도, 뉴욕 -30도, 동북부 90㎝ 폭설… 美, 100년만의 한파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2. 12. 26.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탄 사이클론’ 덮쳐
눈폭풍과 한파가 덮친 지난 24일 미국 뉴욕 북서부 버펄로 지역의 모습. 이 일대 주요 도로와 나이아가라공항 등이 모두 폐쇄됐다. /EPA 연합뉴스

올해 미국의 크리스마스가 기록적 한파와 맹렬한 눈폭풍으로 얼어붙었다. 25일 오전(현지 시각) 현재까지 미 중부와 북동부를 중심으로 7개 주에서 최소 22명이 숨졌고, 최대 180만 가구와 기업이 악천후로 인한 정전을 겪으면서 후속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테네시주 멤피스, 몬태나주 엘크 파크 산악지대는 23일부터 체감 기온이 섭씨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졌다. 서부 시애틀부터 동부 뉴욕, 남부 멕시코 국경에 이르기까지 미 인구의 70%인 2억4000만명이 사는 지역에 비상사태 등 각종 기상경보가 발령됐다. 미 국립기상청은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가 주초까지 맹위를 떨칠 것”이라며 “실외에선 단 몇 분 만에 동상에 걸릴 수 있으니 외출을 삼가 달라”고 했다.

지난 23일 미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시내 거리가 순식간에 한파로 빙판길로 변하면서 시민들이 넘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뉴욕의 경우 24일 체감기온이 영하 30도에 육박하면서 1906년 이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록, 뉴욕을 찾은 관광객들이 공항과 호텔에 발이 묶였다. 남부 플로리다에는 희귀한 ‘동결 경보’가 내려지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이번 한파의 특징은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듣고도 대비하지 못할 정도로 기온이 순식간에 급강하했다는 점이다. 뉴욕 맨해튼에선 23일 오전 기온이 12도였다가 낮부터 단 두어 시간 만에 영하 12도로 급전직하하자, 가벼운 차림으로 외출했던 시민들이 파랗게 질려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와이오밍주 샤이엔에선 단 30분 만에 영상 6도에서 영하 16도로 떨어졌다.

지난 24일 미국 뉴욕주 어빙의 이리호가 혹한에 얼어붙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한파는 지난 21일 미 중서부 오대호 연안에서 형성된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 동쪽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위력이 커졌다. 폭탄 사이클론은 북극에 갇혀있어야할 차가운 기류가 내려와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만나면서 단기간에 급속히 형성되는 저기압 폭풍이다. 강풍과 폭설을 동반해 ‘겨울의 허리케인’으로 불린다. 이 폭탄 사이클론은 최근 거의 매년 일어날 정도로 점점 잦아지고 위력이 강해지는 추세다.

폭탄 사이클론은 북극 지방에서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영화 50~60도의 한랭 기류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하하면서 극대화된다. 최대 지름이 6000㎞에 달하는 이 한랭 기류는 북극 주변을 빠르고 좁게 도는 제트기류에 갇혀 있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 남쪽으로 내려온다고 기후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 오하이오주 턴파이크 고속도로가 빙판이 되면서 차량 46대가 연쇄추돌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하이오 고속도로 경찰제공, EPA 연합뉴스

AP통신은 24일까지 최소 22명이 한파와 폭설, 교통사고 등으로 숨졌다고 했다. 뉴욕주 북서부 버팔로 지역에선 적설량 90㎝ 폭설에 시속 100㎞ 강풍이 닥치면서 가시거리가 제로(0)에 가까운 ‘화이트 아웃’ 현상이 발생, 도로상에서 차에 갇힌 운전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소방차와 응급구조대마저 접근이 어려운 탓에 2명이 숨졌다. 오하이오에선 46중 차량 추돌 사고가 일어나 4명이 사망했고, 캔자스에서도 3명이 미끄러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각 지역에 고립된 이들이 많고, 정전에 따른 2차 피해 등으로 사망자가 추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고드름으로 뒤덮인 식당건물 -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 이리호(Lake Erie) 인근의 한 식당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적설량 71㎝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호수에서 불어오는 물보라와 영하 10도 이하의‘한파’가 뒤엉켜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정전은 24일 오전 180만 가구에 영향을 끼쳤다가 이날 밤 70만 가구로 줄어들었다. 북동부 매사추세츠·코네티컷주 등 뉴잉글랜드 지역부터 노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 테네시 등 남부까지 정전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뉴욕시를 비롯한 북동부와 중부 일대 전력회사들은 “한파로 발전소 가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겨울철 전기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정전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식기세척기나 청소기 등 급하지 않은 전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미국 미시간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섭씨 영하 37도에 이르는 한파와 폭설로 결항이 잇따르고 공항 기능이 마비되자 여행객들이 발이 묶여있다. /AFP 연합뉴스

연말·연시를 맞아 미국인 1억명 이상이 국내외 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항공·철도·버스편이 취소되고 고속도로가 마비돼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항공정보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24일 현재 폭설과 강풍, 결빙 현상 때문에 미 전역에서 2500편의 국제·국내선 항공이 취소되고 5700편은 연기됐다. 전날에도 5700편이 결항됐다. 뉴욕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은 26일까지 폐쇄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