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만원부터 시작했어요” 3040 기부 늘었다
“소액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는 게 요즘 세대 기부 방식이죠.”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퍼스트룩 이윤정(45)·강효미(44) 공동대표가 밝힌 소감이다. 이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이하 아너)에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현재 아너 회원에서 3040 비율은 4명 중 1명 수준. 10년 전 6명 중 1명에서 크게 늘었다. 이·강 공동대표 ‘기부 인생’의 시작은 미약했다. 회사를 설립한 2005년, 인도네시아 여섯 살 여아에게 월 3만~5만원 학비와 식비 후원을 한 게 전부였다. 올해로 18년째. 그러나 그 뒤 점점 커지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연말 연탄 나눔 봉사에 기부하고, 동물 복지 단체에도 정기 후원을 결심, 10년째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기부도 창의성을 발휘하면 풍부해질 수 있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모은 포인트를 기부해도 되고, 소셜 미디어로 사람들을 모아 기부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죠. 도시에 사는 청년이 시골 농부에게 매달 2만~3만원씩 소액 투자를 한다면 그것도 기부라고 할 수 있고, 기부 방법은 도처에 널려 있어요.” 이들이 그렇게 ‘기부 경력’을 차곡차곡 쌓는 동안 회사는 번창했다. ‘아가씨’ ‘곡성’ 등 홍보를 맡은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최근 애플TV+ 한국 홍보까지 전담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던 중 2년 전 아너를 접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라는 문구를 보고 홀린 듯한 기분이었어요. ‘5년에 걸쳐 1억을 기부하면 된다’는 말에 ‘우리 사회를 위한 큰 적금을 부어보자’ 생각했죠.” 이·강 공동대표는 “기부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가장 높다”면서 “어떤 물건보다도 훨씬 높은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더 열심히 벌어서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사업도 잘 풀리더라”면서 웃었다.
3040세대 기부는 ‘공감’과 ‘공유’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2019년 아너 3040 회원 중 25명이 ‘청청모(청년을 돕는 청년들의 모임)’를 결성했다. 비슷한 세대 취약 계층을 돕고 멘토링·자문 등 재능 나눔도 해주자는 취지였다. 청청모는 지난 3년간 11억원을 모아 다양한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청청모 소속인 김선영(39) 힐링안과 대표원장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에게 무료 라식·라섹 수술을 해주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1000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하면서 키운 나눔에 대한 관심이 아너 가입으로 이어졌다. 그는 “나눔을 통해 내가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란 자존감이 생기고 내면이 치유받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원정(37) 한경국립대 아동가족복지학전공 조교수는 2011년 대학원생 시절 1억원을 아너에 쾌척했다. 할머니가 필요한 데 쓰라고 물려준 돈이다. 할머니는 폐지나 종이박스를 주워 판 돈을 손자에게 물려줬고, 손자는 이 돈을 다시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셈이다. 류 교수는 그 뒤로도 월급의 10%를 모아 ‘기부 통장’을 만들어 소아암협회·홀트아동복지회·적십자사 등 다양한 곳에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배우 신민아(38)씨를 비롯한 연예인들 동참도 3040 기부 확산에 도움이 됐다. 연예인들 기부는 같은 연령대뿐 아니라 팬클럽 등 기부와 봉사 참여도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양호영 사랑의열매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지난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젊은 층이 우리 사회 소외층들 고통에 새롭게 눈을 뜨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자신들 작은 실천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들이 기부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문의 080-890-1212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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