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알박기 기관장들, 尹정부와 엇박자… 일부는 ‘경영 낙제점’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식으로 임명된 350곳 공공기관 임원은 이달 중순 기준 총 2655명이다. 기관장이 298명, 상임 이사·감사 411명, 비상임 이사·감사 1946명으로, 이들은 각 분야 공공기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청와대나 민주당 출신이거나 해당 공공기관과 관련한 전문성이 없는 ‘보은·코드 인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알박기 인사들이 새 정부 정책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나희승 사장에 대해 여당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협한 최악의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나 사장 취임 이후에만 코레일에서 18건 사고가 발생했는데, 4건이 사망 사고, 14건은 탈선 사고다. 나 사장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출신으로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주창하며 문재인 정부에 보조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사장은 올해 발표된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최하인 E등급(아주 미흡)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느냐를 떠나 안전을 소홀히 한 기관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데, 나 사장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 2월 임명된 한국마사회 정기환 회장은 직원들을 상대로 무리한 감사를 벌이며 논란이 됐다. 내부에서는 “알박기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자 조직 장악을 위해 감사권을 동원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 회장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경찰청장을 지냈고, 민주당에 입당해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석탄공사 사장 공모 당시 ‘짜깁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도 최고점을 받았다. 마사회와 석탄공사도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강원랜드 이삼걸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선거·총선에 출마했던 인사다. 지난해 3월 강원랜드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방만 경영과 호화 해외 출장 문제가 불거졌고, 올해 추석 때는 자신이 출마했던 경북 안동에 강원랜드 기념품을 보내 ‘사전 선거운동’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원랜드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실장 출신인 A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윤형중 사장도 지난 2월 부임했지만, 공항 경영과는 무관한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과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다.
주요 국책 연구 기관장에도 알박기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 정책 추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주현 원장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김재진 원장, 국토연구원의 강현수 원장 등은 문재인·노무현 정부 청와대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들 모두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알박기 기관장 인사로 윤석열 정부 원전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탈핵운동가이자 정의당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인 김제남 이사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여당의 사퇴 요구에 임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노조 등과 내부 소통만 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 보좌진 출신 다수도 공공기관 임원직을 차지했다. 올 초 도로교통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차세대 수치예보 모델개발사업단 임원으로 임명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중진 의원을 보좌한 인연이 있다. 야권 성향 단체 출신 인사들도 알박기로 공공기관 임원으로 들어왔다. 2015~2017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상임위원을 지냈던 박종운 변호사는 지난 3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이사가 됐다.
연봉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 공공기관에도 야권 인사들이 알박기로 대거 투입됐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출신 인사는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관장은 국회와 언론을 통해 감시와 견제라도 받지만 이사·감사들은 기관장 그늘 아래서 뭘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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