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43] 크리스마스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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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파헤쳐보려면 아마도 책 한 권 분량이 소요될 것이다. 이 짧은 노래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의 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1914년 성탄절, 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양측의 병사들을 별 의미 없이 무한 소모시키는 새롭지만 비극적인 전술인 참호전의 와중에 성탄절은 의미 없이 찾아왔고 전쟁에 지친 독일군의 참호에서 누군가가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노랫소리는 상대편 영국군의 참호까지 들려졌고 영국 군인들도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독일군 병사 하나가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참호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참호전에서 이는 자살 행위다.) 영국군도 비무장으로 참호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들은 대치선에서 만나 환담을 하며 서로의 보급품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았고 양 진영 사이에 널려 있던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 작은 사건은 바로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크리스마스 특별 버전이다.
1차 세계대전에 복무했던 독일인 한스 라이프는 1차 세계대전 중에 짝사랑했던 간호사 마를렌과 고향의 여자 친구 릴리 두 사람의 추억을 한데 묶은 시를 발표했고 이 젊은 초병의 시를 바탕으로 노르베르트 슐체가 곡을 만든 것이 바로 2차 세계대전 양 진영의 병사들을 사로잡게 되는 ‘릴리 마를렌’이다.
이 노래를 처음 녹음한 랄레 안데르센은 반나치주의자여서 나치 독일의 선전부장관 괴벨스는 방송 금지 조치를 내리지만 열화와 같은 군인들의 요구로 방송 금지를 풀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전투는 곧잘 중단되곤 했다. 이 슬픈 사랑의 노래 앞에 국적은 없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 버전의 이 노래에 열광한 미영 연합군도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로 들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도.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날, 러시아군은 탈환당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포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들에겐 크리스마스마저 비켜간 모양이다. 러시아의 크리스마스가 율리우스력을 따라 1월 7일이어서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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