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영]누리호 주역들의 집안 싸움… 시험대 오른 ‘우주 리더십’
김재영 산업1부 차장 2022. 12.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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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신문마다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지금까지는 누리호 하나만 바라보던 구조였다면 앞으론 누리호 추가 발사,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업무 중심의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에겐 든든한 우산이 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주 개발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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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신문마다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다이내믹 코리아’인지라 올해도 뉴스가 많았지만 이것만은 꼭 들어갔으면 하는 소식이 있다. 6월 우리의 손으로 우주의 문을 열었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이 그것이다. 드라마도 완벽했다. 지난해 10월 성공을 목전에 두고 고배를 들었던 아쉬움이 있었기에 오히려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얼싸안고 감격에 겨워 울먹이던 연구원들을 보며 국민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감동 실화로 막을 내릴 것 같더니 이달 들어 느닷없이 ‘막장 드라마’로 장르를 바꿨다. 누리호 성공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 등 핵심 인력들이 항의의 의미로 줄줄이 사퇴서를 냈다. ‘수족을 다 잘라냈다’는 등 섬뜩한 단어도 나왔다.
누리호 주역들에 대한 ‘토사구팽’ 같이 자극적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발사체연구소’가 업무와 인력을 이어받는 것이다. 항우연 측은 이번 조직개편안의 목적을 조직 효율성 확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누리호 하나만 바라보던 구조였다면 앞으론 누리호 추가 발사,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업무 중심의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발사체 조직 쪽의 불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4년 동안 노력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한 느낌이랄까. 지금이야 모두가 응원한다지만 과거 나로호 실패 당시 거센 비난을 받았던 트라우마도 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추진하려면 지금처럼 독립기구로 활동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 운영 방향을 둘러싼 갈등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부에서 논쟁해야 할 사안이 밖으로 노출되면서 막장 드라마가 돼버렸다. 직원 폭행사건 등 과거 해묵은 갈등까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내부 연구원들조차 “부끄럽다”고 할 정도다. 우주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모처럼 달아올랐는데 다시 차갑게 식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부처는 남 일 보듯 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주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부처의 대응으론 부적절해 보인다. 연구자들 사이의 내부 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해서야 특정 부처 산하의 우주항공청이 범부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칠 수 있겠는가.
정부는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가슴 뛰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직 한참 남은 듯 보이지만 지금부터 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에겐 든든한 우산이 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주 개발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내년 누리호 3차 발사 때 다시 한번 감동의 포옹을 볼 수 있을까. 정부의 역량도 발사 시험대에 올랐다.
감동 실화로 막을 내릴 것 같더니 이달 들어 느닷없이 ‘막장 드라마’로 장르를 바꿨다. 누리호 성공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 등 핵심 인력들이 항의의 의미로 줄줄이 사퇴서를 냈다. ‘수족을 다 잘라냈다’는 등 섬뜩한 단어도 나왔다.
누리호 주역들에 대한 ‘토사구팽’ 같이 자극적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발사체연구소’가 업무와 인력을 이어받는 것이다. 항우연 측은 이번 조직개편안의 목적을 조직 효율성 확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누리호 하나만 바라보던 구조였다면 앞으론 누리호 추가 발사,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업무 중심의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발사체 조직 쪽의 불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4년 동안 노력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한 느낌이랄까. 지금이야 모두가 응원한다지만 과거 나로호 실패 당시 거센 비난을 받았던 트라우마도 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추진하려면 지금처럼 독립기구로 활동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 운영 방향을 둘러싼 갈등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부에서 논쟁해야 할 사안이 밖으로 노출되면서 막장 드라마가 돼버렸다. 직원 폭행사건 등 과거 해묵은 갈등까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내부 연구원들조차 “부끄럽다”고 할 정도다. 우주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모처럼 달아올랐는데 다시 차갑게 식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부처는 남 일 보듯 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사자들이 충분히 논의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주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부처의 대응으론 부적절해 보인다. 연구자들 사이의 내부 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해서야 특정 부처 산하의 우주항공청이 범부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칠 수 있겠는가.
정부는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가슴 뛰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직 한참 남은 듯 보이지만 지금부터 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에겐 든든한 우산이 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주 개발 리더십을 확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내년 누리호 3차 발사 때 다시 한번 감동의 포옹을 볼 수 있을까. 정부의 역량도 발사 시험대에 올랐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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