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실·졸속·늦장 협상…국회 새해 예산 처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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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276억 원 규모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되풀이된 국회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정부 예산안은 기한 내에 처리되거나 길어도 8일 안에 마무리됐다.
물론 예산안 처리가 불가피하게 법정 기한이 지나면 여야 소수 지도부가 나서 비공개 협상을 통해 일괄 타결을 모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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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276억 원 규모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편성을 놓고 여야 힘 겨루기가 어느 때보다 심했다. 그나마 야당 단독안이나 준예산 집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되풀이된 국회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헌법 제54조 조항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이 재연됐다는 점이 한심스럽다. 법정 처리 기한을 22일이나 넘겼다. ‘위헌 국회’가 따로 없다.
국회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5월 ‘국회 선진화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새해 정부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그다음 날 본회의에 바로 올리는 것으로 돼 있다. 정치권이 상습적으로 예산안 통과를 지연시키던 것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질타를 고려해 스스로 도입했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정부 예산안은 기한 내에 처리되거나 길어도 8일 안에 마무리됐다. 올해는 3주 이상 늦은 ‘최장 지각 처리’를 기록했다. 물론 예산안 처리가 불가피하게 법정 기한이 지나면 여야 소수 지도부가 나서 비공개 협상을 통해 일괄 타결을 모색하기도 한다. 민생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야 밀실 협상에 따른 예산안 졸속 합의 논란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여야는 이번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두 번의 예산안 본회의 상정 데드라인에도 아랑곳 않고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다 막판 타결을 이끌어냈다. 내용을 따져보면 여야가 주고받기식으로 서로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는 평이다.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각각 절반씩 감액하고, 윤 정부가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50% 삭감된 수준이다. 이와 함께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예산 부수 법안 19건도 일괄 타결했다. 소수 야당인 정의당은 “거대양당의 기득권 찰떡 공조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결국 국민 세금인 나라살림의 쓰임새를 제대로 따져야 하는 기본 책무를 저버린 여야가 서로 제 실리만 챙기는 졸속 심의를 했다는 바판을 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예산안 통과로 연말 정국의 한 고비를 넘긴 국회는 오늘부터 일몰 조항이 걸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안전운임제와 근로기준법의 추가연장 근로제 등 쟁점 법안들을 놓고 또다시 충돌할 전망이다. 시한에 쫓겨 졸속 처리한다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여야는 국가경제와 민생을 생각해 쟁점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 처리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적 도리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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