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옳지 않아요!” 똘망똘망 소녀의 노래… 영화 속으로 고스란히

이태훈 기자 2022. 12. 26.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싫어요! 그건 옳지 않아요!”

깡마른 다섯 살 꼬마 여자아이 ‘마틸다’(얼리샤 위어)가 외친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구의 교장 ‘미스 트렌치불’(에마 톰슨)의 안 그래도 무서운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너 지금 싫다고 한 거냐? 나한테?” 하지만 이 소녀, 눈 똑바로 뜨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뮤지컬 ‘마틸다’를 영화로 만들어 크리스마스 당일 공개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12월 초 개봉해 극장에서 미리 관객을 만났고, 영국에서는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로열셰익스피어 극단의 뮤지컬 런던 초연 때 영국 공연계 최고 영예인 로런스 올리비에상의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던 뮤지컬이 원작. 이듬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가서도 각종 수상과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영국 국민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동화가 먼저 나왔다.

/넷플릭스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상상력 풍부한 소녀. 그러나 중고차 사기꾼 아빠와 춤바람 난 엄마의 관심은 오직 돈과 TV뿐, 마틸다가 책을 읽는 걸 보면 빼앗아 찢어버리기 일쑤다. 설상가상 처음 들어간 학교는 투포환 국가대표 출신 교장이 공포 통치로 아이들을 억누르는 곳. 하지만 그 학교엔 마틸다를 이해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도 있다. 소녀는 라푼젤이나 신데렐라처럼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는 대신, 용기를 내 학교와 세상에 가득한 불공평함과 부당함에 맞선다.

라이브 공연을 영상으로 옮기는 건 편리한 만큼 위험도 큰 작업. 넷플릭스가 뮤지컬 ‘마틸다’를 영화로 만들면서, 런던 초연 연출자 매슈 워처스에게 영화감독까지 맡긴 것은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워처스는 ‘마틸다’로 로런스 올리비에상 연출상을 받았고, 유서 깊은 극장 런던 ‘올드 빅’의 예술감독으로 일하며 공연 영상화 경험도 풍부한 연출자다.

/넷플릭스

워처스는 뮤지컬 관객이 상상력으로 채우는 무대의 빈틈을 영상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공간을 연극적으로 활용하는 카메라 움직임, 스크린에 맞춰 재구성된 안무의 역동성을 끌어올려 음악의 힘까지 극대화하는 연출은 감독의 공일 것이다. 알파벳 순서로 시(詩)처럼 운율을 맞춰 억압적 학교 제도를 폭로하는 ‘스쿨 송’, 신나는 디스코 리듬과 격렬한 춤이 결합된 ‘반란의 냄새’ 등 뮤지컬 최고 인기곡 장면은 스크린에서도 빛난다. 마틸다가 가진 뜻밖의 능력이 발휘되는 극적인 클라이맥스 부분은 영화라서 가능한 영상의 힘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로알드 달의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뮤지컬을 사랑하는 어른들에게도 올해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 될 영화. 노래 없이 읽기만 해도 시처럼 들리는 원작 대사의 운율을 완벽하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리듬감에 무심하게 느껴지는 번역은 아쉽다.

실제 뮤지컬 ‘마틸다’의 무대가 궁금하다면, 유일한 영어 외 언어 버전인 한국어 공연이 지금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8년에 이어 두번째 공연으로, 이번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빌리 엘리어트’를 한국 무대에 옮겼던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 작품이다. 영어와 우리말의 운율과 말맛을 재치 있게 살려낸 노력도 대단하지만, ‘마틸다’를 연기하는 4명을 비롯한 어린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놀라움 그 자체다.

/넷플릭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