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이 아니다, 순위까지 똑같다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46·형) 창원 LG 감독과 조동현(46·동생)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KBL(한국농구연맹)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기대만큼 우려도 많았다. 조상현 LG 감독은 남자 대표팀 사령탑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있었을 뿐 감독 경험은커녕 수석코치를 해본 적도 없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2015년부터 약 3년 동안 부산 KT(현 수원 KT) 감독을 맡았다. 당시 3시즌 동안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뒤로 유재학 감독(현 현대모비스 총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내며 지도력을 갈고닦았으나,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리고 시작된 올 시즌, 두 감독의 팀들은 나란히 공동 2위(15승9패)로 승승장구 중이다. 쏟아지는 의심을 보란 듯이 깨낸 것이다.
◇수비력 다진 조상현
조상현 감독은 현역 시절 손꼽히던 슈터였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 기계의 면모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꼽히던 건 수비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정반대에 집중했다. 조상현 감독이 LG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수비 기틀을 다졌다. LG는 지난 3시즌 동안 9위-10위-7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조상현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약속된 수비 전술, 수비의 완성인 리바운드 훈련에 중점을 뒀다. 그는 “상대에 따라 외곽 또는 골 밑에 집중할 수 있는 변칙적인 수비 전술을 많이 마련했다”고 했다.
LG는 올 시즌 경기당 실점이 76.0점으로, 10개 팀 중 가장 적다. 지난 24일엔 리그 1위인 안양 KGC를 79대73으로 잡아내면서 5연승을 거뒀다. LG가 5연승을 달린 것은 2019년 1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LG의 주전 포인트가드 이재도는 “이번 시즌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즐겁다”며 “감독님의 복잡한 전술조차도 재밌게 느껴질 정도”라며 웃었다.
◇조직력과 개인기 섞은 조동현
조동현 감독은 선수 때 득점력이 좋은 형과는 달리 수비로 명성을 떨쳤다. 상대 팀 득점원을 전담 마크하는 건 모두 조동현의 몫이었다. 반대로 공격은 거의 공을 잡지 않을 정도로 부족했다.
그런 조동현 감독이 현대모비스에 부임한 후 적극 활용한 건 올 시즌 새로 합류한 필리핀 가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3)의 공격력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수석코치로 4년가량을 지낸 조동현 감독은 팀 수비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공격에서는 아바리엔토스의 개인기를 앞세운 패스 플레이로 득점 가능성을 높인다. 현대모비스는 경기당 어시스트가 20.4개로 10팀 중 1위다. 아바리엔토스(12.8점 4.7어시스트 1.6스틸)는 뛰어난 활약으로 필리핀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올 시즌 올스타전에 나선다.
현대모비스는 25일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76대70으로 꺾으면서 LG가 선점하고 있던 2위 자리에 함께 올랐다. 전반전을 12점 차(35-47)로 뒤진 채 마쳤는데 후반에 역전에 성공했다. 조동현 감독은 “전반 끝나고 선수들을 크게 다그쳤다. 열심히 뛰어서 이겨낸 선수들이 만든 결과”라고 했다.
◇서로 무관심한 둘
정작 두 쌍둥이 감독은 세간의 관심과 달리 서로 개의치 않는다. 조상현 LG 감독은 시즌 중 동생에 관련된 질문에 “많은 분이 동생과의 경쟁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좋지만, 다른 팀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역시 “내가 감히 조상현 감독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둘은 올해 두 차례 맞대결을 벌여 1승씩 주고받았다. 지난 10월 7일 컵대회 대결에서는 현대모비스가 LG를 82대78로 제쳤고, 같은 달 30일 정규 시즌에서는 LG가 현대모비스를 79대68로 이겼다.
25일 KT는 DB를 77대64, SK는 삼성을 82대64로 각각 물리쳤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은 KB에 84대79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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