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폐기물 재활용 대책 성공하려면

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2022. 1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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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지난 13일 해양수산부는 ‘해양폐기물 재활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재활용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해양폐기물 수집·운반·집하 및 재활용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물질 재활용을 높이고자 수립된 대책이다. 2027년까지 해양폐기물 수거량의 20% 이상을 물질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까지 해양폐기물 전처리부터 중간원료생산, 최종 재활용 소재 생산 및 수요처 공급까지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원료공급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5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자원효율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위해 순환경제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제품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환경피해 최소화와 자원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하며, 특히 제품의 설계가 재활용 제고 및 제품 사용주기 확대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가장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플라스틱 제품 재활용 향상,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등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020년 54%에서 2025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은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의무 부과,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 적용 강화 등 순환경제 활성화 정책을 담았다. 이번 ‘해양폐기물 재활용 활성화 대책’은 ‘K-순환경제 이행계획’과 연계하면서 해양폐기물 특성과 재활용 여건을 고려해 수립한 구체적 재활용 강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폐기물의 운반, 전처리, 재활용 제품이나 원료 생산은 환경부 업무 영역이다. 해양폐기물 전처리 과정은 따개비 등 이물질 및 소금기 제거 등으로 육상폐기물의 전처리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해양폐기물 재활용 시장도 육상폐기물 산업에 비해 영세하고 산업구조가 취약하다. 이를 고려해 이번 대책에 ‘전처리 시설 확대’나 ‘재활용업체 사업 여건 개선’ 과제가 포함됐다. 또 해양폐기물은 일부 재질 재활용이 가능하고, 폐기물 발생시기가 일정하지 않고, 발생 장소도 전국에 산재돼 재활용을 위한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재활용 집하·처분체계 개선’ 과제가 이번 대책에 포함된 이유다. 그렇지만 해양폐기물의 전처리 시설 확대, 재활용업 활성화, 원료 공급체계 구축 모두 환경부 업무 영역과 연계돼 있어 긴밀한 협력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3월에 순환경제를 위한 설계 및 생산에 중점을 두고 사용된 자원을 오랫동안 재사용이나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신순환경제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제품의 환경영향이 설계 단계에서 최대 80%가 결정된다고 판단하고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위한 친환경 설계지침도 제정했다. 금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2)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방지 국제협약’ 초안을 만들기로 했다. 협약 범위는 제품 설계 및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다.

이번 대책에는 전처리 이외는 구체적 재활용 대책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제품이나 원료의 설계·생산 부문이 빠져 있다. 비록 산업통상자원부 업무 영역이긴 하지만 ‘플라스틱 오염방지 국제협약’ 대응 차원이나 국내외적 순환경제로의 전환 기조 측면에서도 어구나 어업기자재 등 제품 설계나 생산단계에서의 지속가능성 대책이 제외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간 부처 간 칸막이로 수많은 정책 실패를 경험했으나 여전히 그 칸막이는 존재한다. 이를 인식, 이번 대책에 ‘관련부처와 민관연 협력 강화’를 추진과제로 포함하고, 대책 발표 전에 해양폐기물 관련 범부처가 참여하는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해양폐기물 재활용 강화대책이 제대로 실행돼 주관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해양폐기물 관련 부처 간 협업의 모범사례로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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