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럽 경제 살릴 묘안은[Monday HBR/존 밴리넨]
존 밴리넨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2022. 12. 26. 03:02
2022년 9월, 영국의 신임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와 재무장관 쿼지 콰텡은 세금과 재정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과 고소득자를 위한 세금 감면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2017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배경 근거와 유사했다. 세율을 낮추면 경제 성장률이 그만큼 높아져 스스로 부담하기에 충분한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란 논리였다. 불행하게도 이 예산 집행은 애초 계획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파운드화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고, 영국 국채 가격은 붕괴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이 계획이 경제적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총리와 재무장관이 부진한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했지만 영국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 광범위한 유럽의 문제
영국의 위기 상황은 언뜻 지역적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징후다. 첫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유럽은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어 러시아 침공 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55%의 가스를 조달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가 풍부하고 러시아와의 무역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스 파이프라인 폐쇄나 무역 제재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제 영향이 훨씬 적다.
둘째, 유럽은 팬데믹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더디다. 유럽 국가들의 경제 생산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이는 곧 임금 상승이 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빨리 부자가 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 스웨덴 민주당과 파시스트의 뿌리를 가진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이 최근 권력을 장악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에 대해 외국인을 비난하고 범죄 이민자들에 대한 가혹한 단속을 약속한다.
이런 상황에 영국과 유럽 국가들에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생산성 성장을 담보할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노동 및 금융시장 개혁과 기술, 인프라에 대한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8070억 유로 규모의 유럽연합(EU) 코로나19 복구 기금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정부 서비스의 디지털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과학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 역시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시장이며 민주주의 중심지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기업과 인터넷을 규제하는 정책 측면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선도한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저하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다국적 기업들이 보는 유럽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여러 EU 국가에서 지금처럼 포퓰리즘 경향이 강해진다면 국제 기업들이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포퓰리즘 정당들이 사람과 상품, 서비스의 이동 장벽을 다시 쌓기 시작하면 ‘단일 시장’이라는 유럽의 가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6년 브렉시트 사태가 생생하게 보여줬듯이 말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과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운영의 회복탄력성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부유한 나라의 기업들이 값비싼 자국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기는 대신 아시아, 북미 및 유럽의 별도 허브를 마련해 지역 특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기업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이 같은 거대한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좋은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 감세처럼 무작정 저지르고 보는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마라톤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노력과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즈니스와 정치 리더들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녹색 혁신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공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 유럽 부흥 계획)이 필요한 때다.
이 원고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광범위한 유럽의 문제
영국의 위기 상황은 언뜻 지역적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징후다. 첫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유럽은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어 러시아 침공 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55%의 가스를 조달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가 풍부하고 러시아와의 무역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스 파이프라인 폐쇄나 무역 제재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제 영향이 훨씬 적다.
둘째, 유럽은 팬데믹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더디다. 유럽 국가들의 경제 생산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이는 곧 임금 상승이 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빨리 부자가 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 스웨덴 민주당과 파시스트의 뿌리를 가진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이 최근 권력을 장악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에 대해 외국인을 비난하고 범죄 이민자들에 대한 가혹한 단속을 약속한다.
이런 상황에 영국과 유럽 국가들에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생산성 성장을 담보할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노동 및 금융시장 개혁과 기술, 인프라에 대한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8070억 유로 규모의 유럽연합(EU) 코로나19 복구 기금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정부 서비스의 디지털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과학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 역시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시장이며 민주주의 중심지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기업과 인터넷을 규제하는 정책 측면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선도한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저하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다국적 기업들이 보는 유럽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여러 EU 국가에서 지금처럼 포퓰리즘 경향이 강해진다면 국제 기업들이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포퓰리즘 정당들이 사람과 상품, 서비스의 이동 장벽을 다시 쌓기 시작하면 ‘단일 시장’이라는 유럽의 가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6년 브렉시트 사태가 생생하게 보여줬듯이 말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과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운영의 회복탄력성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부유한 나라의 기업들이 값비싼 자국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기는 대신 아시아, 북미 및 유럽의 별도 허브를 마련해 지역 특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기업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이 같은 거대한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좋은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 감세처럼 무작정 저지르고 보는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마라톤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노력과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즈니스와 정치 리더들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녹색 혁신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공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 유럽 부흥 계획)이 필요한 때다.
이 원고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존 밴리넨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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