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피카소… 그러나 아버지였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결혼 후에도 불륜과 여성 편력을 당당히 이어간 파렴치한이었다. 그런 그의 새로운 면모가 최근 드러났으니, 창고 정리 도중 우연히 발견된 몇 권의 스케치북 때문이다. 알록달록 색연필로 쓴 깜찍한 손편지를 비롯해, 서로 번갈아 개·모자·사과 등을 그려가며 그림을 가르친 흔적이 담겨 있다. 내연녀이자 네 번째 연인 마리 테레즈 사이에 둔 첫째 딸, 마야에게 남긴 것이다. 부정(不正)했으나 부정(父情)은 있었다.
어린 딸은 새로운 뮤즈이자 “피카소 인생에 닥친 격변”이었다. 마야의 모습을 14점의 그림으로 남겼고, 가재도구로 얼기설기 장난감을 만들었으며, 훗날 다큐멘터리 ‘피카소의 신비’ 제작에도 참여시킬 정도로 아꼈다. 피카소가 떠난 뒤 그리움에 못 이긴 모친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에도, 딸은 평생 아버지의 유작, 심지어 잘린 머리카락과 손톱까지 관리하며 ‘피카소 보존가’로 활동했다. “부엌에서 아버지와 함께 그림 그리던 그 순간을 여전히 사랑한다.” 그리고 지난 20일 아버지 곁으로 떠났다.
마침 이달 31일까지 전시 ‘마야 루이즈 피카소, 파블로의 딸’이 파리 피카소미술관에서 열린다. 미공개 스케치북을 포함해 초상화 ‘보트와 마야’ 등 200여 점의 작품으로 물보다 진한 혈육의 온기를 드러내는 자리다. “동화의 나날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확신에 차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요람을 바라보던 두 마법적 존재를 지녔다고. 내 부모님, 피카소와 마리 테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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