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아이돌 노래를… 리메이크도 세대교체 열풍
과거 발표했던 노래를 새로 편곡한 리메이크 곡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론가들은 특히 최근 그 주역으로 유독 ‘1990년~2000년대’ 곡이 떠오른 데 주목한다. 소위 ‘국민 가수’로 불리던 전설적인 원로 가수의 곡을 다시 부르던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젊고, 숨은 명곡을 발굴하는 경향도 커졌다. 리메이크 열풍에도 ‘세대 교체’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1세대 그룹 계승하는 아이돌들
최근 국내 아이돌 그룹은 1990년~2000년대 활동한 자사 소속 선배 그룹 곡들을 주로 리메이크 중이다.
음반기획사 SM 소속 7인조 보이그룹 NCT드림이 대표적 예다. 최근 소속사 선배 그룹인 H.O.T의 1996년 인기 발매곡 ‘캔디(Candy)’를 동명 스페셜 겨울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다시 불렀다. 형광색 오버사이즈 털장갑과 털 멜빵바지, 눈 밑에 칠한 색색 물감은 물론, H.O.T 문희준이 바닥에 앉아 엉덩이를 통통통 튕기며 트레이드마크처럼 선보였던 ‘엉덩이춤’까지. 과거 H.O.T 캔디 무대를 복사하듯 재현한 뮤직비디오도 선보였다. 그 결과 멜론, 지니, 벅스, 바이브 등 국내 음원 차트 톱100 1위는 물론 앨범 선주문량 200만장 돌파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DSP미디어 소속 보이그룹 미래소년은 자사 선배 보이그룹 ‘더블에스501′의 ‘스노 프린스’를 리메이크했다. 스타제국도 쥬얼리, V.O.S, 제국의 아이들, 나인뮤지스 등 과거 같은 소속사의 그룹이 냈던 곡을 후배가 다시 부르게 하는 ‘다시, 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가요계에선 이 같은 아이돌 그룹들의 리메이크 열풍에 ‘Y2K 인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1990년~2000년대 패션과 음악이 소위 ‘세기말 감성’이라 불리며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노렸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우울한 세계관이 이미 ‘2000년대 종말론’으로 존재했다는데 흥미를 느낀 젊은 층과 꾸준한 복고 열풍 등이 Y2K 인기를 주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H.O.T의 캔디 무대 의상이 10대·20대 사이 ‘학교 졸업사진 대여복’으로 인기를 끌었고, 최근 관련 온라인 인증글도 늘고 있다.
정민재 평론가는 “최근 KBS 연말가요시상식도 무대 키워드를 아예 ‘Y2K’로 앞세웠고, 아이브, 있지, (여자)아이들 등 멤버들이 선배 걸그룹 SES 곡을 불렀다”며 “1세대 아이돌도 벌써 첫 데뷔가 20년 전이 됐다. 이들을 ‘계승’한다는 이미지가 이젠 위 세대에게는 그리움을,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위 세대 그룹들과 달리 최근 아이돌 그룹들은 전 세대를 아우르거나 일반 대중이 한 곡을 통으로 외우는 히트곡이 적다”며 “’인기는 많아도 오래 가는 명곡은 적다’는 요즘 아이돌의 고민에 대해 리메이크가 현명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발라드계 대세는 ‘노래방’ ‘숨듣명’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들 사이에서도 ‘Y2K’는 인기 리메이크 코드다. 하지만 아이돌들과 달리 꼭 판매량이 컸던 히트곡만이 아닌, 동세대 노래방 추억을 향유하거나 일명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을 발굴하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
가수 테이가 최근 리메이크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던 ‘모놀로그’가 대표적 예. 밴드 버즈의 2003년 발매곡으로, 보컬 민경훈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여 수많은 남성들이 따라 불렀던 곡이다.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이자 93년생인 정은지는 최근 첫 솔로 리메이크 앨범 타이틀곡을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정했다. “자기 또래가 코인노래방에서 자주 부른 노래”란 이유에서다. 2014년 조덕배 ‘나의 옛날이야기’, 김창완 ‘너의 의미’ 등을 앞세웠던 아이유의 ‘꽃갈피’처럼 그간 가요계 후배들의 리메이크 앨범이 선배 원로 가수에 대한 존경심을 주로 표하던 것과는 방향성이 달라졌다.
가수 임영웅은 ‘소녀’ ‘옛사랑’ 등 이문세의 과거 리메이크 단골곡 대신 2010년 이문세가 드라마 OST로 불렀던 숨은 명곡 ‘사랑은 늘 도망가’를 지난해 발굴해 큰 인기를 누렸다. 임영웅이 부른 버전의 이 곡 뮤직비디오 영상은 최근 조회 수 7000만회도 넘겼다.
이문원 평론가는 “요즘 세대는 특히 신곡과 과거곡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곡을 유튜브 등으로 콕 집어 찾아 듣는 ‘디깅(Digging)’ 세대로 불린다”며 “리메이크 열풍은 여러 형태로 계속 될 거란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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