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용의 직관] 민주당의 길
여당이 당원만으로 대표를 뽑는다
이때 민주당이 다른 길 가야 한다
모집당원의 수가 아니라
당 안팎 지지받는 사람 공천해야
지금 바꿔라, 그래야 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무기력하다. 지지자들의 한숨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무엇을 바라기에 실망일까? 여당일 땐 더 공정한 나라를 위한 제도 개혁과 입법을 바랐다. 손익 따지다 망쳤다. 야당인 지금 정권의 퇴행과 폭압에 제대로 맞서길 바란다. 자기방어에 급급해 상대의 실수만 기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질성 3가지와 유사성 3가지를 따지며 출구를 찾아보자. 다른 점부터 보자. 첫째, 국민의힘은 외부에서 지도자를 모셔온 반면 민주당의 지도자는 항상 내부에서 성장했다. 집권만 가능하면 누구라도 모셔오는 국민의힘과 다른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둘째, 국민의힘에는 이념 갈등이 작은 데 반해 민주당에선 다양한 이념들이 충돌한다. 국민의힘에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지만 가십거리 수준이다. 모든 이념이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국민의힘에 충돌할 이념이 없다. 이념도 없으면서 반이념 전쟁으로 혐오를 부추기는 데엔 전문적이다.
민주당 내부는 항상 시끄럽다. 지지자들은 대체로 자유주의보다 공동체주의 (혹은 공화주의), 자본 중심 경쟁체계보다 시민 중심 복지체계를 지향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다수 의원은 반대다. 수시로 충돌이 일어난다. 나쁘지 않다. 중첩적 합의가 쌓이면 된다. 이때 지도부는 변화의 흐름을 감지해야 한다. 이성적 참여와 합리적 공론을 지향했던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에너지를 잃어가는 흐름이다. 차가워진 민주주의가 권태와 증오를 부른다. 혐오를 이겨낼 따뜻한 민주주의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셋째, 국민의힘이 소수 강자들의 불이익에 예민하다면, 민주당은 소수자의 고통에 관심이 크다. 소수자란 소수가 아니다. 다수가 무시하고 혐오하는 약자집단이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 갖가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 이질적 피부나 종교, 문화를 가진 집단만이 아니라 여전히 동등한 인정질서에서 소외된 여성도 소수자다. 민주당이 소수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다수의 반감도 커진다. 특히 종교적으로 오염된 다수나 철지난 도덕으로 무장한 다수는 스스로가 사회 경제적 약자이면서도 소수자를 존중하자는 민주당에 분노를 터뜨린다. 이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해온 윤리체계가 흔들리는 것이 고통스러워서다. 복지정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저들의 윤리체계를 함께 돌보는 소수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는 비슷한 면도 많다. 첫째, 두 당 모두 엘리트화되었다. 잘난 사람이 정당을 주도하는 엘리트화가 나쁜가?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뉴라이트 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조차 정당의 엘리트화가 정치적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정당의 엘리트화는 ‘정치에 대한 혐오’로 정치를 하는 세력이 부상하는 통로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정치 엘리트화는 성격이 좀 다르다. 미국에서 엘리트화는 특정 세력, 특수 가문이 정당권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보다 일본이, 일본보다 중국이 더 엘리트화되었다. 반면 한국에서 엘리트화는 정치공학의 과잉을 뜻한다. 두 정당 모두 정치공학자들 판이다. 온갖 통계수치로 손익을 계산해내는 정치공학자들은 힘 있는 정치인의 입맛에 맞춰 알고리즘을 짜낸다. 이들에게 휘둘릴수록 민주당은 손익계산으로 허우적댄다.
둘째, 당내 주요 의제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간부정당과 원내정당 체계를 왔다 갔다 한다. 여당일 땐 일사불란하고, 야당일 땐 오합지졸이다. 민주당은 대중정당과 원내정당의 혼종체계다. 두 체계 사이의 충돌이 지도부의 성격에 따라 격화된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두 체계의 원만한 결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조용하다. 하지만 여전히 무기력하다. 이재명과 일부 최고위원들만 두 체계를 왕래해서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과 의지를 모으고 이를 법제화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의원들이 대부분 의사결정 구조의 변방에 내몰려 있다. 이탄희, 최강욱, 김용민 같은 의원들조차 떠돌이 신세다. 들판에 내던져진 민형배는 승냥이들의 먹잇감 신세다. 민주당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혼종체계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원들에게 당 내부의 힘이 실려야 한다.
셋째, 공천의 속살이 비슷하다. 두 당의 공천이 당원 모집이나 수집 경쟁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은 당원만으로 대표를 뽑기로 했다. 이때 민주당이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지금이 바꿀 때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계파와 당파가 공존하면서, 당 안팎이 공감하는 공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모집당원의 수가 아니라 당 안팎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을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다.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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