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이 납치됐다면…가상의 정치활극

조봉권 기자 2022. 12. 26.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소설가 이인규가 이달에 펴낸 장편소설 '53일의 여정'(푸른고래 펴냄·사진)은 남북한 관계에서 주제의식과 소재를 뽑아낸 가상 정치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유망했으나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남북한 관련 정보를 파는 '정보팔이'가 돼 버린 조민국은 김여정을 돕기로 한다.

'53일의 여정'은 남북한의 극한 대립이나 충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인규 장편소설 ‘53일의 여정’

- 남북 대립 대신 민족애가 초점

소설가 이인규


소설가 이인규가 이달에 펴낸 장편소설 ‘53일의 여정’(푸른고래 펴냄·사진)은 남북한 관계에서 주제의식과 소재를 뽑아낸 가상 정치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남북의 긴장과 화해,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다급한 움직임 같은 요소는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소설 영역에서 이 소재를 다루면서, 과감한 상상까지 끌어내는 작품은 흔하게 나오지 않는다.


경남 산청에서 주로 창작 활동을 펴는 소설가 이인규는 이 영역에 일종의 도전장을 내민 느낌으로 다가온다. ‘53일의 여정’은 우선 흥미롭고 낯선 설정을 선보인다. 2019년 3월 북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당시 북한 측 핵심 인사였던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53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기간 김여정이 꼬인 문제를 풀기 위해 비공개로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데리고 중국으로 간 것으로 상상력을 발휘했다.

소설은 이때부터 질주하듯 달려간다. 김여정은 ‘실종’되고, 여기엔 국제적 판도에서 반북한 활동을 펴는 단체가 깊숙이 개입했다. 남북 정보 당국은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예측해보고는 서로 대립하기보다 협력하는 태도를 취한다. 여기서 주인공 조민국이 등장한다. 유망했으나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남북한 관련 정보를 파는 ‘정보팔이’가 돼 버린 조민국은 김여정을 돕기로 한다. 여기에 한국 진보언론사의 기자 민소라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탈출과 추격을 포함하는 활극으로 치닫는다.

‘53일의 여정’은 남북한의 극한 대립이나 충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남과 북이 처한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도울 때는 서로 돕는 민족애와 인간애를 바탕에 깐다. 상황 설정이나 상세한 전개에서 서술이나 묘사가 꽉 맞물리지 못하고 헐거운 대목이 있지만, 바로 이런 분명한 주제의식 덕분에 읽고 나선 강한 인상이 남는다. 닫히고 막힌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기보다 서로 만나 대화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새로운 국면을 열어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