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은 젤렌스키 왜 홀대했나”
예고 없이 방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깜짝 저녁 연설’을 준비하는 미 의회를 보면서 일종의 경건함이 느껴졌다. 21일(현지 시각) 저녁 크리스마스 휴일을 앞두고 어수선한 워싱턴 DC 중심을 지나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착하자 사방이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의회 경찰들이 굳은 표정으로 기자의 출입증을 거듭 확인했다.
4번의 몸 수색을 거쳐 하원 본회의장 2층 앞에 도착하자 의회 관계자는 당일 취재에 선정된 수십 명의 기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등록된 촬영 기자 이외엔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선 안 되고, 회의장에 외투·가방도 반입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는 관찰자이지, 편을 드는 직업은 아니지 않으냐”며 연설 도중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전 세계 이목이 이곳에 쏠려 있습니다. 중요한 행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 전역에서 워싱턴 DC로 급히 돌아온 민주·공화 의원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후 7시 36분 젤렌스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25분 전부터 의원들은 서서 그를 기다렸다. 이후 이어진 26분의 연설 동안 2층 기자석에서 이들을 자세히 지켜봤다. 누구도 머리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거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획’한 젤렌스키의 방미 행사가 달갑지 않았을 공화당 의원들도 그의 말을 경청했다. ‘무기를 더 지원해 달라’는 발언에는 움직이지 않았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는 살아있다’는 발언엔 일어서서 박수로 화답했다.
연설이 끝난 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공화당이 한자리에 모인 데 대해 ‘양당의 동의’를 언급했다. 여야가 이견(異見)이 있더라도 안보 문제에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던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20여 차례 기립 박수를 쳤다. 이 모습을 본 의회 관계자는 “미 정치판이 점점 극단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의회가 초당적 협력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의사당을 나서면서 연설 행사를 함께 취재했던 한 외국 기자가 지난 4월 한국 의회에서 진행됐던 젤렌스키의 화상 연설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한국 의원 300명 중 참석자는 50여 명에 불과했다. 그는 “한국은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과는 가장 가까운 동맹인데 한국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 의아했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취재한 1년 반 동안 “한국은 왜 국제 정치 무대에서 보이지 않느냐”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지금 우리 정치권 수준이라면 앞으로도 이런 질문을 계속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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