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알뜰폰 속속 진출… 통신시장 ‘메기’ 될까

김봉기 기자 2022. 12.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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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의 ‘리브엠’ 호평 속 토스도 다음달 서비스 시작

통신3사 자회사들과 중소 업체들이 주축인 국내 알뜰폰 시장에서 금융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금융권 1호’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리브모바일)은 최근 발표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 통신3사를 모두 제치고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토스 앱으로 유명한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르면 다음 달 금융권 두 번째로 알뜰폰 서비스 ‘토스모바일’을 론칭하며 이 시장에 본격 가세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록 아직까진 금융권의 시장 점유율이 그리 크진 않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과 통신 융합을 기치로 내건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기존 시장 판도를 뒤흔들 메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 이어 토스 가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7월 말 인수한 중소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가입자 약 7만8000만명)를 기반 삼아 내년 초 새 알뜰폰 서비스 ‘토스모바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요금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토스 앱을 통한 통신요금 조회·관리를 비롯해 24시간 고객센터 운영과 같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양보다 사용량이 적은 달에는 요금 일부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혜택과 토스페이로 요금을 결제할 때는 추가 할인을 해주는 혜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 앱 누적 가입자가 2200만명으로 알려진 만큼 토스 앱과 알뜰폰을 연계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통신업계가 금융권을 주시하는 이유는 먼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리브엠의 약진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난 2019년 1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리브엠은 알뜰폰 최초로 5G(5세대이동통신) 요금제와 웨어러블 요금제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적금상품 금리 우대 쿠폰과 같은 혜택도 선보였다. 또 출시 초반에 기존 알뜰폰이 갖고 있던 ‘어르신용 서비스’ 이미지를 깨뜨리고 고객층을 MZ세대로 확장하기 위해 세계적 K팝 그룹 BTS를 홍보 모델로 내세웠다. 이 같은 노력에 가입자 규모는 2020년 말 9만1000명에서 올 10월 약 35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진출 3년 만에 국내 알뜰폰 업체 52곳 가운데 7위로 올라선 것이다. 리브엠은 지난 22일 컨슈머인사이트가 만 14~64세 3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이동통신 서비스 조사’에서 만족률 78%로,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 통신3사인 SK텔레콤(61%), KT(47%), LG유플러스(51%)를 모두 제쳤다. 앞서 지난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때도 리브엠은 줄곧 전체 1위였다.

◇'중소 알뜰폰 타격’ 우려도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가세를 둘러싸고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넓어지고 혜택도 많아지기 때문에 잘된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알뜰폰 시장 점유율(사물인터넷 회선 가입자 제외)은 KT엠모바일·LG헬로비전·SK텔링크 등 통신3사의 자회사 5곳이 전체의 50.4%를, 중소 알뜰폰 업체 45곳이 43.9%를 차지하고 있다. 리브엠(4.6%)과 비바리퍼블리카가 인수한 머천드코리아(1.1%)처럼 금융권 알뜰폰의 점유율은 5.7%다.

정부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 서비스를 더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에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3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를 데이터 1MB(메가바이트) 당 1.61원에서 1.29원으로 19.8%, 음성은 1분당 8.03원에서 6.85원으로 14.6% 각각 낮추기로 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알뜰폰 서비스가 보다 경쟁력을 갖고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입장에선 소비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라며 “통신망 사용료 인하가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는 금융권 알뜰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알뜰폰

자체 통신망을 소유하지 않은 중소 업체들이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1년 도입했다. 현재 52개 업체가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는 올 10월 현재 1246만명이다. 전체 시장의 약 16%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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