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정부 경제정책방향으론 민생경제 회복 어려워
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목표는 ‘위기극복과 경제 재도약’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거시경제 안정관리, 민생경제 회복지원, 민간 중심 활력제고, 미래대비 체질개선이라는 4대 방향을 제시했다. 내용을 보면 6월16일 발표한 재벌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로 점철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구체화 버전으로 비춰진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면 경기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무게 추는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큰 재벌과 부자들에게로 기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의 양극화와 불평등, 불공정을 더욱 심화시킬 정책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어 우려감이 크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와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금지해제는 부적절한 정책이다. 유동성과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제 가치를 찾아 가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정책들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면 성급하게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충분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라도 풀어 거품을 조금이라도 떠받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간 중심 활력제고’에 포함된 정책들은 더 문제이다. 뚜껑을 열어보면 ‘재벌 중심 활력제고’ 정책임을 단숨에 알 수 있다. 금산분리 원칙, 경제 형벌, 재벌·대기업 공시제도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불공정행위 근절, 사익편취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제도들을 대거 무력화시켜버리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공정과 혁신’을 경제정책기조에 포함시킨 정부가 공정경제 정책이 아닌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몰두하며 재벌 민원창구를 자처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공적연금개혁은 정책방향에서 사라졌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개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민과 취약계층,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정책들도 제시하긴 했다. 4대 경제정책방향 중 ‘민생경제 회복지원’ 분야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낮은 기존 정책 연장선상에 머무르고 있어 민생경제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성장률을 2022년 2.5%보다 0.9% 낮은 1.6%로 전망했다. 경기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도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이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부디 민생경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재벌과 부자에게로 돌린 시선을 보다 어려운 계층에게로 돌리기를 바란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무너지면 재벌기업과 금융은 물론, 국가경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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