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티켓도 100,000원 시대

이지훈 기자 2022. 12.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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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티켓 오픈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의 연극 데뷔작인 데다 상대역으로 김성철과 이상이, 정문성이 낙점돼 주목받았다.

연극 티켓이 10만 원을 넘긴 건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처음이다.

한 연극 프로듀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작품은 대극장에서 공연해야 수지타산이 맞다. 중소형 극장 위주인 대학로에서는 유명 배우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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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배우들 출연하며 가격 껑충… 뮤지컬 이어 연극도 ‘티켓 인플레’
제작사 측 “배우 따라 흥행 갈려… 손실 줄이려 유명 스타 캐스팅”
“작품성 높여 관객 늘려야” 지적도
VIP석이 11만 원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비올라 드 레셉스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왼쪽부터). 쇼노트 제공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티켓 오픈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한 스타 배우가 대거 출연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의 연극 데뷔작인 데다 상대역으로 김성철과 이상이, 정문성이 낙점돼 주목받았다.

티켓 가격은 껑충 뛰었다. 보통 6만 원 정도인 VIP석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싼 11만 원이다. 연극 티켓이 10만 원을 넘긴 건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처음이다. 3층의 가장 저렴한 좌석도 5만5000원으로 다른 공연의 VIP석 가격과 맞먹는다. 회사원 김유리 씨(31)는 “10만 원 넘는 1층 자리는 부담스러워 2층 좌석을 예매했는데 그것도 8만8000원이다”며 “둘이서 10만 원이면 연극을 보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고 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물랑루즈’의 VIP석 티켓이 각각 16만 원, 18만 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 원을 깬 상황에서 연극마저 10만 원이 넘는 작품이 나왔다. 두 명이 공연 한 편을 보려면 20만∼40만 원이 드는 ‘티켓 인플레이션 시대’가 된 것이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한 연극 ‘갈매기’에서 뜨리고린을 연기한 배우 오만석(왼쪽 사진). 이 작품의 VIP석은 9만 원이다. 배우 김상중과 서지석, 길해연, 이일화가 나오는 연극 ‘미저리’(오른쪽 사진)의 VIP석은 8만8000원이다. VAST엔터테인먼트·스토리피 제공
연극 티켓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건 이른바 ‘스타 마케팅’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자로 나선 연극 ‘갈매기’의 VIP석 가격은 9만 원. 오만석과 소유진, 김수로, 진지희, 강성진, 이경실 등이 출연한다. 김상중과 이일화, 길해연, 서지석이 출연하는 연극 ‘미저리’의 VIP석도 8만8000원이다.

배종옥, 장현성이 출연해 흥행한 연극 ‘러브레터’. 파크컴퍼니 제공
‘배우의 예술’로 불리는 연극은 배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관객들도 평소 좋아하던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보기 위해 연극을 찾는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현재 월간 예매율(KOPIS 기준)이 1위에 올랐고, 오케스트라석은 11만 원인데도 벌써 전 회차가 매진됐다. 오케스트라석은 무대 바로 밑자리로, 배우의 호흡까지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마니아 팬에게 인기가 높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제작한 쇼노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가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연극계에선 상승한 인건비에 ‘스타 개런티’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한다. 25년 경력의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연출가나 작가보다 배우에 따라 공연의 흥행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며 “돈이 많이 들더라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중소형 극장이 대부분인 ‘대학로 연극’의 VIP석 가격은 여전히 4만∼6만 원대다. 서울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대극장용 작품과 달리 대학로 연극에서는 스타를 발탁하기가 쉽지 않다. 한 연극 프로듀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작품은 대극장에서 공연해야 수지타산이 맞다. 중소형 극장 위주인 대학로에서는 유명 배우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스타를 캐스팅해 티켓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모으는 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용제 한국프로듀서협회장은 “연극계에서 실력이 빼어난 배우를 자체적으로 키우고 작품성 높은 공연을 제작해야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아도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이 늘어나 연극계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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