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말 ‘감기’와 ‘독감’

엄민용 기자 2022. 12.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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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많은 눈이 내리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겨울 풍경’ 하면 얼른 생각나는 ‘고드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드름의 옛 표기는 ‘곳어름’이다. 여기서 ‘곳’은 “곧다”를 뜻하고, ‘어름’은 요즘의 ‘얼음’이다. 즉 ‘곳어름’은 “곧게 언 얼음”을 의미한다.

고드름이 맺힐 때면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한자말 ‘감기(感氣)’의 순우리말인 ‘고뿔’의 옛 표기도 ‘곳’이 들어간 ‘곳블’이다. 하지만 이때의 ‘곳’은 “코”를 뜻하는 옛말 ‘고’에 사이시옷이 붙은 꼴이고, ‘블’은 현대어로 하면 ‘불[火]’이다. 따라서 ‘곳블(고뿔)’은 “코에서 나는 불”을 뜻한다. 감기의 여러 증상인 콧물, 코막힘, 발열 등을 ‘코에 불이 난 것’에 비유한 말이 고뿔이다.

고뿔은 증상이 가벼운 것이 일반적이지만, 더러는 심한 고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고뿔을 가리켜 “지독한 감기”란 뜻에서 ‘독감’이란 말을 쓴다. 하지만 이는 맞는 말이면서 맞지 않는 말이다. 독감(毒感)은 언어학적으로 “지독한 감기”를 의미하지만, 의학적으로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는 200여 종의 바이러스가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질환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예방이 쉽지 않다. 반면 독감은 특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일으킨다. A·B·C형 등 3가지가 대표적으로, 독감은 백신 접종으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항간에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는 게 최고’라는 속설이 떠도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다. 특히 감기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항히스타민과 알코올 성분이 만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기 쉽다.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 최고의 선택은 의사의 처방전뿐이다.

한편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마치 목감기를 앓는 것처럼 늘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세를 가리켜 ‘해소병’이라고 부르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해소병은 ‘해수병’이 바른 표기다. ‘기침’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이 ‘해수(咳嗽)’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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