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경제수다방] 안녕, 고마워, 인사와 감사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게 된다. 고마운 일이 생겼을 때에는 “고맙습니다”라고 감사를 하게 된다. 이 두 가지만 잘해도 일상생활에서 기본은 하게 된다. 간단하지만, 이걸 잘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이 생기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기면 인사를 피하게 된다. 싫어도 인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렵다. 뭔가 잘되었을 때, 마치 내가 똑똑하고 잘나서 잘된 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와 감사, 내 삶에서 지키려고 하는 내 삶의 기본이다. 그거만 잘해도 큰 욕은 안 먹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국가는 물론 모든 조직의 기본 역시 인사와 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임명하는 일, 잘못을 찾아내는 일, 그게 인사와 감사 아닌가. 영리기업이든, 정부기관이든 혹은 비영리조직이든 더 커질 수 있는 결정적 기회에 커지지 않는 이유는 대개 인사에 실패했거나, 감사가 정지해서 부패하게 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인사만 잘하면 절반은 한 거다. 그리고 감사를 잘해나가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념 문제 때문에 정권이 실패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인사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오고, 자기 일이 아니라 지난 정권의 일만 내내 감사하다가 실제로는 자기들이 부패해서 정권이 바뀌게 되는 것 아닌가? 인사와 감사, 매우 기본적인 일이지만, 잘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감사원 국회소속론자다. 미국이 그렇다.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1987년의 9차 개정헌법은 감사원에 대해 너무 소소한 것까지 규정해서 국회 소속으로 바꾸는 것은 개헌 사항이다. 당분간 이걸 바꾸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얼마 전부터 감사연구원이라는 정부기관의 자문을 하게 되었다. 새 정부에서 감사원이 별거 별거 다 감사한다고 나서서, 나는 그 싱크탱크도 엄청나게 큰 줄 알았다. 정원 35명에 현원 29명 그리고 사업비 5억원 내외, 이렇게 미니 연구원인 줄 정말 몰랐다. 규모로는 작은 연구원이지만, 엄연히 정부기관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전체의 감사 시스템과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얼마나 우리나라가 감사 기능을 홀대하는지 보는 것 같았다.
현 정부에서 감사 업무의 1차 이슈는 역시 정치적 중립성 문제일 것이다. 이건 누가 해도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특히 정치적 상대편을 적이라고 생각할 때 감사원은 권력기관이 된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실 법대로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 그렇지만 이 규정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감사 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 상법에서 규정한 민간기업의 감사위원회 시스템이다. 감사의 부패를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결국은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하도록 제도가 설계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사람이 감사를 총괄하는데, 결국은 그 밑의 부장이나 팀장, 즉 사장이 인사권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회사 내 감사를 가지고 놀게 되어버렸다. 사장이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일을 할 때, 시스템에서는 이걸 감사가 막아야 한다. 사외 이사가 무슨 권한으로 사장의 부당함을 막겠는가? 감사는 부하들을 견제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기관장 등 최상급 기관의 부당함도 견제하는 게 임무다.
마찬가지 문제가 지자체에서도 생겨난다. 형식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두고 제대로 운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감사부장 등 단체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실제 감사 행정을 하고, 그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니 ‘소왕국 현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 아닌가? 성남시장 혹은 대구시장이 마음대로 행정을 끌고 나갈 때, 도대체 감사는 뭐하고 있었던 걸까? 유사한 문제가 새로 권한이 많이 생겨나는 특별자치도 같은 데에서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전체의 감사 시스템은 선진국에 걸맞게 한 번쯤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개도국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데, 그러니까 캠프 인사들이 결국은 각 기관 감사로 낙하산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나 해도 되는 게 감사는 아니다. 차제에 ‘감사 선진화 위원회’, 이런 거라도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우리의 감사 체계에 대해 정비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감사연구원 규모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눈먼 돈’ ‘혈세’ 혹은 “먼저 보는 게 임자”, 이런 말들이 정부 예산에 붙어 있는 세간의 평가다. 감사도 더 키우고, 더 정비해서 줄줄 새는 돈과 이상한 관행을 없애는 게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높을 것이다. 국회에서 일단 감사 낙하산 금지법부터 만들어주시면 고맙겠다. 감사만 잘해도 우리가 가진 문제의 절반은 풀 수 있다.
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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