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게 영화보다 짜릿” 한겨울 방구석 이 책 펼쳐라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2. 12. 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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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낸 24권의 책
위기의 시대 해결책 엿보고
삶 속에 희로애락 간접 체험
과학과 일상 엮는 즐거움도
[이승환 기자]
“고전을 꼭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내가 잘 소화하고 받아들이면 최고의 약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은 어떤 책이든 읽기만 한다면, 영혼을 살찌운다고 설파했다. 바쁜 일상에서 책을 읽을 여유를 만들긴 쉽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지혜를 선물해주는 건 작은 책 한 권에 담긴 활자임을 잊어선 안된다.

매일경제신문은 예스24와 공동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책들 가운데 각 분야 최고의 책을 선정했다. 24권을 추린 이유에는 하루 스물네 시간, 1년의 스물네절기를 책과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2022년 ‘올해의 책’을 관통하는 다섯개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위기 이후의 세계

‘위기 이후의 세계’를 주제로 묶어낸 경제경영 분야 최고의 책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대가들의 혜안이 고루 담겼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선 500년 이상에 걸친 ‘빅 사이클’을 통해 발견한 위기에 대처하는 원칙을 만날 수 있다. 경제위기사 저술의 대가 애덤 투즈는 ‘셧다운’을 통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경제위기의 실상을 냉정하게 기록했다.

‘하이프 머신’에서 시난 아랄은 전례 없는 정보의 전파 속도 속에서 살아가는 SNS 시대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빈야민 애펠바움의 ‘경제학자의 시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40여년을 밀턴 프리드먼의 후예인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부터 국가 운영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한 시대임을 돌아본다. 스티븐 S 호프먼의 ‘파이브 포스’도 뇌 임플란트, 바이오 컨버전스, 인간 확장주의, 딥 오토메이션, 지능 폭발이 인류의 미래를 여는 5가지 핵심 기술임을 알려준다.

2. 위로의 문학

5권의 문학을 통해 이 시대를 위로하는 ‘위로의 문학’은 3편의 소설과 2편의 시를 호명한다. 평범한 미래가 특별한 것이 된 이 시대를 서정적인 문장으로 기록한 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30대들의 사랑과 이별을 소묘한 박상영의 ‘믿음에 대하여’는 코로나19 시대의 초상처럼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10년 만에 완역한 김희영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진은영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수많은 시인이 올해의 시집으로 꼽은 ‘시인들의 시집’이다. 세계적인 시인 앤 카슨의 ‘녹스’는 책 전체가 한 장의 종이를 엮어서 꿰맨 기념비적인 저서로 세계 독자의 환호를 받았다.

3.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문학과 에세이 분야의 또 하나의 키워드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올해 깜짝 히트작이다. 빨갱이의 딸로 자란 아리의 삶을 통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는 떠나간 엄마를 온전한 인간으로 기억하기 위한, 상실의 아픔을 버텨내기 위한 기록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인생의 역사’는 에밀리 디킨슨, 윤동주, 최승자, 이성복 등 동서고금 불멸의 시를 읽는 새로운 독법을 만나게 해준다.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의 ‘배움의 기쁨’은 힙합 음악에 젖어 배움을 멸시하던 한 흑인 청년이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인생의 변화를 겪은 생생한 회고록이다. 이순자의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60대에, 문학의 꿈을 좇으며 노인으로서 취업 현장에서 갖은 수모를 겪은 경험을 치열하게 기록한 책으로 실버 문학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줬다.

4. 과학하는 마음

‘과학하는 마음’은 과학과 예술 분야 최고의 책을 아우르는 주제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주행 신화를 쓰며 전대미문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초대 총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대지진으로 1000종이 넘는 어류의 표본을 잃어버린 학자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삶은 사랑과 상실, 혼돈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최강신의 ‘왼손잡이 우주’는 왼손과 오른손에, 우리 우주의 작동 원리가 담겨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김범준의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가 인간의 삶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책이다. ‘처음’ ‘흐름’ ‘허공’ ‘사과’ ‘무게’ ‘떨림’ ‘틈새’ 등 42개의 단어로 과학과 삶이 이어져 있음을 설명한다.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마틴 게이퍼드와 함께 쓴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팬데믹 시기 노르망디에 칩거하며 자연과 벗하는 소박한 일상을 기록한 책이다. 호크니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고통에도 삶을 영위해야 한다고 말한다.

5. 인생 수업

‘인생 수업’은 인문 분야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생전 16번의 인터뷰를 통해 김지수가 적어 내려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을 앞둔 순간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지막 수업이 담겼다. ‘최재천의 공부’는 생태학자가 작심하고 쓴 인생 교육에 관한 책이다. 바비 더피의 ‘세대 감각’은 ‘가짜’ 세대 감각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키우는 현실을 꼬집고 경제, 교육, 노동, 기후변화 등에서 각 세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빈센트의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지난 400년 동안의 문학과 자료를 거슬러 혼자 있기의 역사를 다시 썼다. 조지프 헨릭의 ‘위어드’는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5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류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올해의 책’ 24권은 매일경제신문과 예스24가 올 한 해 동안 출간된 도서를 광범위하게 나열한 뒤 목록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년간 독자에게 책의 가치를 알려온 예스24 각 분야 PD의 추천 도서 100권과 매일경제신문 토요일자 북섹션에 소개된 저서 100권의 목록을 후보 도서로 엄선했다. 책의 완성도와 영향력 중심으로 고르고 골랐다. 특히 한 해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명저들도 놓치지 않고, 다시금 복권했다. 선정된 도서 24권은 예스24 강서NC점에 전시되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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