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계속 오른다는데"…2023년도 한은 기준금리 향방은

윤정원 2022. 12.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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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3.75% 전망 우세
내달 13일 금통위 개최 예정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선화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점친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역시 내년도 금리 인하 방침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중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기준금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해 나갈 수 있도록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 근원 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제외)율은 2%대 후반으로 예상된다"면서 "공급요인의 기저 효과,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올해보다 낮아지겠지만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가격 전가 등으로 내년 중에도 목표 수준 2%를 웃도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주로 기인해 잠재 수준을 밑도는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소비 회복세는 금리 상승 등으로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과 투자는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한은의 발언은 사실상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견해로 읽히고 있다. 기준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해외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글로벌 경기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가장 주시하는 것은 단연 연준의 기준금리다.

현재 미국은 기준금리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뒤로 7차례에 걸쳐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여 왔다. 연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종전 3.75∼4.00%보다 0.50%포인트 인상한 4.25∼4.50%로 결정했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 금리 인하가 아니다"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내년도 기준금리가 최대 3.7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더팩트 DB

한은 입장에서는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 우려까지 겹쳐지니 셈법이 복잡해질 노릇이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가치가 떨어져 그나마 진정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이 또다시 한파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은은 내년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순 있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장에서는 현재 3.25%인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3.50~3.75%에 이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종금리를 3.75%로 생각한 금통위원은 2명, 3.50%는 3명, 3.25%는 1명 등이었다.

대다수 지표가 암울한 경기 전망을 예고하는 가운데, 한은은 내달 13일 2023년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 정기예금의 인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 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 원)과 비교해 1년 사이 166조2467억 원이나 뛰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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