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 2022 결산<상>] 용산 대통령, 무엇이 달라졌나

허주열 2022. 12.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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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변화 상징 '도어스테핑' 6개월 만에 중단
정치·경제·외교·사회, 전 정부 정책 되돌리기 박차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대통령 시대'가 저물고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공간의 변화는 대통령 국정운영의 변화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앞두고 미소짓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권력의 정점이었던 청와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그 기능을 다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고,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에 자리를 잡았다. 출퇴근하는 첫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이라는 새로운 소통 시도를 6개월간 하다가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국정 전반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방면에 걸쳐 '윤석열표 개혁'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의지만 밝히고, 가시화되지 않은 개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 달라진 풍경과 미완의 개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초대 이승만 정부부터 74년간 이어진 대통령 청와대 시대를 종식시켰다. 공간의 변화는 국정운영 변화로 이어졌다. 대통령 집무실, 참모진 사무실, 출입기자실이 한 건물에 있다보니 소통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헌정 사상 첫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은 취임 둘째 날부터 11월 18일까지 61차례 출근길에 기자들과 약식 회견을 진행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소통 방식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역효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결국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과 MBC의 누적된 갈등, 한 참모와 MBC 기자의 공개 충돌을 명분삼아 11월 18일을 끝으로 6개월 만에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언론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도어스테핑 중단 시점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대로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빈 맞이, 돌고 돌아 청와대 영빈관 낙점

용산 대통령 시대 최대 물리적 걸림돌은 내외빈을 맞이하는 청와대 영빈관과 같은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호텔, 대통령실 청사,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국립박물관 등에서 내외빈을 맞이하던 윤 대통령은 별도의 설명 없이 새 영빈관 설립을 추진하다, 해당 사실이 공개된 이후 역풍이 불자 전격 중단시켰다.

내외빈을 맞이할 공간에 대한 고민은 12월 초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만찬을 시작으로 국민에게 개방한 청와대 영빈관을 필요 시에 국민 출입을 통제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푹 주석과의 만찬 이후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청와대 영빈관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8일)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15일) △윤 대통령 부부, 청년들과 간담회(20일)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21일) △윤 대통령 부부, 미래 과학자와 대화(22일) 행사 등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마지막 도어스테핑. 이날을 끝으로 도어스테핑은 열리지 않고 있고,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는 기자들이 입구를 볼 수 없게 가림벽이 세워져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임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는 일에도 박차를 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은 폐기됐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강조하는 새 경제 정책으로 전환했다.

재정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에도 박차를 가했다.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 재정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공부문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자고 한다"며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지역 해제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 중이다. 연장선에서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 하락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투자 증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 법인세 인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했고, 문재인 케어라 불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대대적 수술을 예고했다. 최근에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내년에 개혁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된다"며 "그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표 노동 개혁의 방향성은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찬 행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법치주의 강조 속 협치는 요원

법치주의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 파업,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등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엄정한 대응으로 노동자들이 실익을 얻지 못하고 파업을 종료케 했다.

경제안보는 문재인 정부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협력 강화로 틀었다. 연장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참석,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공급망협의체 '칩4'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전임 정부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다. 남북 간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되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발맞춰 경제·정치·군사 분야 포괄적 조치를 동시적·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담대한 구상'을 새 대북 정책으로 제시했는데, 북한은 "이명박 정부시절 제시했던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여야 협치 실종 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7개월이 넘도록 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고, 격한 대치를 이어갔다. 여기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북송, 통계조작 의혹 등 전 정권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수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편에 계속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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