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美제작사에 투자...P2E시들해진 게임업계 엔터로 활로 모색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2. 12. 2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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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트리오스코프에 투자
컴퓨터그래픽·VR 분야서 원천기술 보유 평가
세계적 팬덤 ‘배틀그라운드’와 시너지 주목

게임업계 신성장동력 블록체인 대신 엔터 떠올라
유명 스튜디오 투자·글로벌 인재영입 활발
자체IP강화·인기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
게임·엔터업계 내년 M&A·합종연횡 활발할듯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크래프톤이 컴퓨터그래픽(CG)과 연출 플랫폼에 특화한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최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래프톤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콘텐츠, 가상세계(VR) 등 분야에서 원천 기술 확보와 사업 시너지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의 글로벌 흥행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배그)’의 지식재산권(IP)비즈니스 확장에도 업계 관심이 모인다.

25일 벤처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달 중순 미국 엔터 기술 기업 ‘트리오스코프(Trioscope)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자체 제작 스튜디오와 기술 플랫폼 등을 보유한 회사다. 특히 라이브액션과 컴퓨터그래픽을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엔터’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소니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크래프톤 측은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오스코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더 리버레이터’ 제작사로 할리우드에 널리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제작된 해당 작품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수준의 실재감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트리오스코프 스튜디오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로토스코핑 분야에서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이 1인칭 슈팅 게임(FPS)장르에서 핵심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콘텐츠 제작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리오스코프와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이와관련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2017년 출시된 배틀로열 장르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가장 강력한 IP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 중 하나로, PC·콘솔 누적 판매량이 7500만장에 달한다. ‘배그 모바일’은 10억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를 끌어 모았고, 인도 등지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 40%가 다운받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 3년 연속으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IP에 오르기도 했다. 크래프톤 매출의 94%(올 상반기 기준)가 해외에서 나오는 것도 이같은 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단일 게임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크래프톤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원 히트 원더’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IP확장’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팬덤을 확보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웹툰, 웹소셜, 숏필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비교 대상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제시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5억달러(약 6420억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톤은 M&A 실탄만 3조원 가까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자금의 7할가량을 M&A에 쓰겠다고 공언했고,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업 등 시너지가 나는 분야를 투자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엔 크래프톤 뿐 아니라 여러 게임사와 엔터회사의 M&A,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져 이들이 경계가 흐릿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대로 게임 사업 진출을 선언한 하이브 등 엔터 회사들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게임 개발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들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 거액을 투자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인기 게임을 드라마, 영화, 웹툰 등으로 제작하는 등 자체 IP 강화는 물론 영화·TV 등 콘텐츠 분야로 사업 범위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했던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등이 주력 캐시카우로 자리잡지 못하는 가운데 엔터사업이 내년도 한국 게임업계 핵심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넥슨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 AGBO 최대 주주에 오르며 본격적인 IP비즈니스 확장 채비를 갖췄다. 자사 대표 게임 ‘크로스파이어’ IP를 드라마·영화·테마파크 등으로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둔 스마일게이트는 소니픽쳐스와 배급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영화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컴투스는 해외 인기가 높은 서머너즈워 세계관을 바탕으로 웹툰·웹소설, 코믹스, 애니메이션, 영화 등 콘텐츠로 무한 확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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