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속 도시 하층민 삶 그린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종합2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대중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조세희가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인은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 철거반 본 뒤 포기했던 소설 다시 써"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김예나 기자 =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대중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조세희가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조 작가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조세희 작가가 오늘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족은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오랜 기간 병석에 계셨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상태가 안 좋으셔서 중환자실로 옮겼다"며 "올해 4월 코로나19를 앓고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면서 (마지막)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돼 등단했으나 10년 동안 소설 작품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인은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고인의 대표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의 그늘에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1970년대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재개발로 인해 행복동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장이 가족의 절망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 불평등과 계급 갈등과 같은 병리적 세태를 환기했다.
고인은 2002년 이 작품에 대해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 말리는 억압 독재가 없었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젊은층에도 널리 읽혔으며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한 이 책의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른다.
고인은 2000년 '작가의 말'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었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쓴 바 있다.
당시 글에서 그는 "이 작품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했다.
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 등이 있다.
1980년대 초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했다가 중단했던 '하얀 저고리'는 민주화의 역사를 다룬 소설로 고인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못다 한 말을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생전 "1980년대 사회에 대한 절규를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했다. 2008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3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되짚어보는 의미로 동료와 후배 문인들의 글을 엮은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된 바 있다.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으며 발인은 28일이다.
ye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크라전 비판한 러시아 유명셰프, 세르비아서 숨진채 발견 | 연합뉴스
- 3번째 음주운전 '장군의 아들' 배우 박상민 징역형 집행유예 | 연합뉴스
- 코미디언 김병만 가정폭력으로 송치…검찰 "수사 막바지" | 연합뉴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사망…"친구가 자택서 발견"(종합) | 연합뉴스
- [영상] "너무아프다" "드럽게 못난 형"…배우 송재림 비보에 SNS '먹먹' | 연합뉴스
- [인터뷰] "중년 여성도 젤 사러 와…내몸 긍정하는 이 많아지길"(종합) | 연합뉴스
- 멜라니아 "트럼프 사귈때 '골드디거' 뒷말…나도 잘나간 모델" | 연합뉴스
- 차에 치인 고양이 구조 요청하자 현장서 죽인 구청 용역업체 | 연합뉴스
- 8년 복역 출소 5개월만에 또…성폭행 40대 이번엔 징역 15년 | 연합뉴스
- '선우은숙 친언니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첫 재판서 "혐의 부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