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보다 더한 바이든
자국 우선주의 정책 더욱 강화
동맹 재건·기후 문제는 차별화
정치9단의 노련함 시사점 많아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내내 한국 정부를 흔들고 있는 전기차법(정식 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대표적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제조업 부활이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전기차법이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이 차별적 조치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법뿐 아니라 반도체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보조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중국 등 비우호국으로의 투자를 차단하는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과시켰다. 바이오·제약 등 핵심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전략의 연장선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2년 동안 유지하면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유럽 국가들과 동맹을 재건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규합하며 세계 질서와 안보를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8년 만에 재개했다. 세계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동맹국 및 주변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략임과 동시에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경제정책에서는 재정을 통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외면했던 기후변화 등의 이슈를 국정과제 우선순위로 끌어올리며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도 챙기는 중이다.
최근 랜들 존스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일본 경제담당관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전략을 다시 생각했다. 존스 전 담당관은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추진하며 말했던 ‘손톱 밑 가시’(thorn under the nail)를 언급하고, 규제 단두대 정책이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는 중소기업 및 혁신 스타트업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을 시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 경제로부터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목표인 동시에 윤석열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이 여전히 유효하고 또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유지, 보완하고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과 적절히 조화해가는 과정에서 워싱턴 경력 50년을 넘긴 바이든 대통령의 노련함을 본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전략이 중도 보수층을 끌어안으면서 집권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중간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책 개혁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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