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칼럼] 천수답 경제, 더 이상 반복은 안된다
주택·금융 불안 등 불확실성 겹쳐
정책 부재·땜질 처방에 속수무책
난제 풀 수 있는 대응책 나와야
2022년 마지막 주에 이르러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필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책 부재 현상이 그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 경제는 물가와 환율의 불안으로 점철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였다. 특히 9월에는 외환위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외환시장이 불안하였다. 환율과 국제유가의 동반 상승에 더하여 채소류 가격 폭등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계부채 폭증에 대응하여 작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해왔던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에 대응하여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야흐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高) 현상이 전개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0월을 지나면서 경제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영국이 총리를 교체하면서까지 황당한 감세정책을 폐기하였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화 강세에 제동이 걸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 직후 중국 일탈 자금의 일부가 국내로 유입되었다. 이런 몇몇 사건으로 환율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남들 덕분에 우리의 어려움이 다소나마 완화되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2022년 우리 경제는 모든 것을 운에 맡긴 ‘천수답(天水畓) 경제’였다.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이 해외의 우연찮은 사건 덕에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1962년 자립경제 확립을 목표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 지 60년째 되는 해에 정책 공백으로 ‘천수답 경제’가 재연되었다는 것이.
금년의 정책 부재 현상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간 당국의 기획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되어 왔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었다. 더욱이 정책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함으로써 정책 방향을 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정권교체 이후 각 부처의 주요 직책에 보임이 늦어졌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을 수 있다.
새해는 선거나 정권교체와는 무관한 온전한 한 해이다. 정책을 준비 못 하는 핑계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불경기가 본격화하고 고용 사정마저 악화될 전망이다. 수출 감소세는 계속 확대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남의 덕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우리 경제를 천수답으로 계속 남겨 놓을 것인가? 이제는 산적한 난제들을 풀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책들이 제때 나와야 한다. 정책당국의 분발을 강력히 촉구한다. 새해에는 정책당국이 기획 능력을 한껏 발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대구가톨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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