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바다가 돈 된다”…초대형 강관으로 뭐 만드나 봤더니

1기가 풍력발전 설비에
최대 25만t 강관 들어가
2030년엔 수요 1250만t
新시장 잡기 경쟁 돌입

두산에너빌리티가 전남 영광에 마련한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 제공=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철강업계가 부진한 국내외 수요를 타개하기 위해 해상풍력 발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 설비에 주로 들어가는 강관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해상풍력 발전은 바다 위에 풍력 발전기를 세워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방식으로 발전기 한두개가 아닌 수십 수백개 단위로 대규모 단지를 이룬다. 육상풍력이 한정된 땅과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 탓에 해상풍력보다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최근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늘리는 업체들이 많아 철강업계로선 때아닌 호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GE리뉴어블에너지와 손잡고 해상풍력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서 현대일렉트릭은 각종 기자재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엔 강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내 해상풍력 발전 단지 조성에 가장 적극적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조만간 제주지역에 추가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국내 최초로 8MW급 해상풍력 발전 시스템에 대해 국제 인증기관인 독일 데비오씨씨로부터 국제 형식인증까지 취득했다.

지난 2005년부터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3.3MW, 5.5MW, 8MW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5MW급 생산을 위한 풍력2공장 구축, 8MW 생산 공장 조성 준비, 풍력 조직 확대 개편, 차세대 초대형 모델 개발도 계획하는 등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인 8MW의 국제인증마저 얻은 만큼 더 많은 단지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설비가 마련될 전망이다.

해상풍력 발전 설비에는 주로 초대형 강관이 들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1GW급 풍력발전 설비에는 대략 20만~25만t의 강관이 사용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해상풍력 발전 설비 신규 설치량은 51GW로 추산된다. 따라서 그 시기엔 연간 1020만~1250만t의 강관 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연간 파이프라인 수요가 1200만t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각종 건설에 들어가는 기본 강관에 육박하는 수요가 조만간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중국 수요 부진과 철강 값 하락, 건설경기 불황 등 각종 부진을 장기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점점 활성화하면 이를 토대로 국내 철강업계는 아시아, 호주, 북미 등 해외 풍력발전 시장에도 강관 공급을 충분히 늘려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해상풍력 발전의 공급 체계를 들여다보면 한국은 강관뿐 아니라 구조물 제작, 케이블, 변전소, 전용 설치선 등 풍력 터빈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강관 공급을 중심으로 중장비 산업 전반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