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에 뭉칫돈”… 2023년 5대은행 166조 늘어 ‘역대 최고치’

유지혜 2022. 12. 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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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은행선 10월까지 186조 급증
두달치 합하면 200조 돌파 전망도
4% 이상 금리에 ‘최고 투자처’로
‘유동성 흡수’ 은행권에 자금 쏠림
2금융권 ‘돈맥경화’ 부작용 속출
카드사 등 대출금리 15%대 ‘껑충’
신평사 “2023년 PF 부실위험” 우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예금 금리가 치솟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중 자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은행 정기예금에 몰렸다. 시중 유동성이 은행으로 쏠리는 ‘역(逆)머니무브’가 이어지면서 제2금융권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대출금리가 오르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주식·코인 등 자산 시장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기준금리와 더불어 예금 금리는 치솟으면서, 역대 가장 많은 시중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5일 서울 한 은행 앞 내걸린 예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해 1년 새 166조2467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미뤄봤을 때 올해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5대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186조608억원(2021년 12월 말 778조9710억원→2022년 10월 말 965조318억원) 급증했다. 11월과 12월 증가분을 더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고, 사실상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정기예금이 최고의 투자처로 떠오른 이유는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절반 이상인 58%(신규취급액 기준)에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5.0% 이상의 금리로 이자를 받는 비중도 7.4%였다. 공개된 통계상 2018년 이후 지난 6월까지 4% 이상 금리는 아예 없었고(비중 0%), 올해 1월만 해도 가장 흔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1.5% 이상∼2.0% 미만(54.1%)이었다. 불과 9개월 만에 정기예금의 보편적인 금리대가 1%대에서 4%대로 3%포인트 치솟은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자금 쏠림이 이어지면서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으로 가는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자금·신용 경색 사태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예금 금리 인상과 정기예금 급증이 꼽히는 이유다.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경쟁적으로 6%대 중반에 이르는 예·적금 특판 상품을 내놓자 영업점 앞에 긴 줄이 이어지고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됐는데, 이는 자금난을 겪는 2금융권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캐피털사들은 최근 한두 달 새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올렸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카드·캐피털사 20곳의 11월 말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5.65%로, 한 달 전(14.91%)보다 0.74%포인트 올랐다.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15%대로 오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2금융권의 자금 흐름은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경기 악화도 겹쳤다.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이나 캐피털과 같은 제2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증권회사의 사업환경을 비우호적,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내년 증권사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부동산 PF 위험 확대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지표로 삼아 따르는데,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코픽스에는 당연히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유지혜·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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