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용퇴 압박에도…손태승 회장, 진퇴양난 속사정
우리금융, 징계 수용 땐 책임 자인…구상권 소송 불리, 배상액도 늘어나
배임 논란 제기 ‘부담’…손 회장 지지하는 노조는 “관치 인사 시도” 반발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을 향한 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면서 우리금융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거취를 내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용퇴를 재촉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이사회와 손 회장의 행보는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에 대해 언급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최고경영자(CEO)인 손 회장에게 라임 펀드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는 법령상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벌여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송을 포기하고 퇴진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지난 21일엔 이 금감원장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라고 말하며, 거취 결정을 미루고 있는 손 회장을 ‘저격’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연이어 라임 징계를 거론하고 손 회장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공세에도 손 회장이 장고를 거듭하는 것은 라임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을 순순히 포기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라임 펀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한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에 책임을 묻기 위해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손 회장이 라임 관련 중징계를 바로 수용하면 우리은행에 부당권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돼, 구상권 청구 소송이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다퉈보지도 않은 채 징계를 받아들여 우리은행이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 손 회장 등 이사회를 향해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지난 15일 대법원에서 중징계 취소 판결을 받아내고 금감원을 상대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라임 관련 중징계에 대해서도 징계 취소 소송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부당권유가 인정되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펀드 투자자에 대한 배상 비율을 10% 올린다는 것도 우리은행엔 민감한 문제다. 손 회장이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은행의 배상 규모는 1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안도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금융의 고민이다.
노조는 금융당국의 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금융 노조는 “우리금융지주 CEO를 몰아내고 관치 인사를 시도하는 ‘우리금융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지주 우리사주조합(지분율 5.42%)과 2대 주주인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3.96%)은 손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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