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19대 대선 때 문재인 측 ‘군 인사 동향’ 파악…국방부 장관에 보고”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군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정황이 25일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기무사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벌여 확보한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7월 기무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황기철 제독 4월 말 문재인 지지선언 예정설’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황 제독, 최근 송영무 민주당 안보특위위원장 소개로 문재인 후보와 두 차례 독대 후 캠프에 합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2017년 4월14일 작성됐다. 기무사는 문건에 “문 후보 캠프는 세월호 숨은 영웅, 백의종군 이순신 등으로 불리는 황 제독의 지지 선언은 100만표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황 제독에게 선거 2주 전인 4월경 극적인 타이밍을 잡아 기자회견 형식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도록 요구”라고 적었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 3월3일 기무사가 작성한 ‘문재인의 문민 국방장관 고려 가능성 회자’ 문건도 공개했다. 문건은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 일주일 전 작성됐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청와대 장차관, 4대 사정기관 인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소문이 유포됐다”며 “현재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없으나 문민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문서관리대장에 적힌 해당 문건들의 수신처가 국방부 장관이라고 했다. 이 시기 국방부 장관은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부터 기무사에서 확보한 문건들을 공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에 35건의 문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중 법원 결정으로 10건이 공개된 상태다. 공개되지 않은 문건들 중에는 ‘최근 안철수 캠프 내부 분위기’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향후 행보 전망’ ‘예비역 장성 정치활동 동정’ 등이 있다. 법원은 해당 문건들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허락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의 장이 국군방첩사령부에 정보 수집과 작성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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