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몰린 명동, 3년 만에 연말다운 활기…놀이공원·스키장에선 ‘겨울 왕국’ 만끽

윤기은·이홍근 기자 2022. 12. 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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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없는 성탄절 풍경
눈썰매 위에선 모두가 동심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뚝섬한강공원 눈썰매장에서 시민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권도현 기자
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지로
한국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영화관·호텔·쇼핑몰 붐벼
SNS선 ‘트리투어’ 인증샷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몰려든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인 니나 위다사리(34)는 “팬데믹 이후 처음 온 해외여행지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있는 동안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도깨비> <더킹>에 빠져 살았다”며 “지난 12일간 광화문광장과 스키장같이 드라마에 나온 곳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여행가방 5개를 들고 잡화점 앞에 서 있던 튀르키예 자매 필린 올로우츠크(33)와 멜리스 올로우츠크(25)는 관광 계획을 묻자 “명동에서 쇼핑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직원들도 관광객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성탄절인 이날 명동 풍경은 ‘공실’ 간판만 가득했던 종전과 확연히 달랐다.

내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중심으로 명동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흘러나왔다. 점심 시간 이 일대 맛집과 유명 노점 앞은 허기를 채우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노점 362곳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전날 인파 쏠림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가 영업을 재개했다. 낮 12시쯤 ‘칼국수 맛집’을 찾는 시민들로 골목 한쪽이 꽉 차기도 했다.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등 다른 번화가 일대도 연말 분위기를 느끼려고 외출한 사람들로 붐볐다.

참석 인원수 제한 없는 성탄 미사와 예배가 3년 만에 재개되면서 대형 성당과 교회에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났다. 명동성당을 찾은 태성원씨(51)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성탄 미사를 드렸다”며 “오늘 많은 분들이 미사에 참석해 기도문을 합송하는 것을 들으니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산성당, 부산 남천성당 등 전국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성탄 축하 미사와 예배가 일제히 열렸다.

주요 놀이공원과 스키장 역시 인파로 북적였다. 용인 에버랜드와 잠실 롯데월드, 과천 서울랜드를 찾은 이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새롭게 꾸며진 놀이시설을 이용하며 추억을 쌓았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왕국으로 변한 강원지역 스키장에는 3만명 이상이 몰렸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한 이날 동장군을 피해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중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김태연양(14)은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엄마, 여동생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호텔과 쇼핑몰 등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념촬영하는 ‘트리투어 인증샷’이 넘쳐났다.

‘집콕’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윤모씨(28)는 “이런 날씨에는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서 드라마를 보며 노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 야외에서 성탄절을 즐긴 황모씨(26)도 “집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고 놀기로 여자친구와 합의했다”며 “오늘은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SNS에는 전날부터 황씨처럼 ‘하우스 파티’를 즐겼다는 경험담이 곳곳에 올라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을 계기로 생긴 인파사고 우려도 집콕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 한모씨(26)는 지난 22일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기념 전광판을 찍으려고 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넘어질 뻔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이번 주말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집에 있었다”고 했다.

윤기은·이홍근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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