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경고에…“자기검열로 이어지는 게 더 무서워”

정혁준 2022. 12. 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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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풍자만화 <윤석열차> 가 몰고 온 '표현의 자유' 논란이었다.

<한겨레> 는 송년 기획으로 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수 이랑과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인터뷰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를 되짚어본다.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풍자만화 <윤석열차> 와 '표현의 자유'를 얘기하다 만화가 이현세의 예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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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종철 만화영상진흥원장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이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올해 문화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몰고 온 ‘표현의 자유’ 논란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가 불러온 ‘검열’ 논란이었다. <한겨레>는 송년 기획으로 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수 이랑과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인터뷰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를 되짚어본다. 

“만화가 이현세는 우리 고대 신화를 다룬 필생의 역작 <천국의 신화>로 기소당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훼손 탓에 고통을 받아오다 창작 의지가 꺾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풍자만화 <윤석열차>와 ‘표현의 자유’를 얘기하다 만화가 이현세의 예를 들었다. 신 원장이 <윤석열차>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국의 신화>는 이현세 작가가 우리나라 창세기 신화부터 발해 멸망까지 100권짜리 장편으로 집필하겠다며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1997년 작품에 대해 ‘옷을 입고 있지 않다’, ‘폭력적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기소했다. 이현세 작가는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남기고 싶었던 이현세 작가는 소송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길어진 공백기로 은퇴를 선언했다.

신 원장은 “이현세 작가는 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2009~2012)으로 재임해 같이 일도 한 적이 있었는데, ‘표현의 자유’ 침해는 천재 작가의 펜대를 꺾어버린 결과를 낳았다”며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자 만화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올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만화영상진흥원이 9월30일~10월3일 열린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부문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를 전시하면서 비롯됐다.

곧바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카툰이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등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규정짓고, 이 작품에 상을 준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다.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번졌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신 원장은 “당시에 아쉽고 답답했다”며 심정을 털어놓았다. 신 원장은 “학생만화공모전 심사위원은 공정성 강화를 위해 1천명의 만화·웹툰 심사위원 풀에서 무작위로 선정해 평가한 것이어서 만화영상진흥원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며 “이 작품뿐만 아니라 매년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런 문제가 터지면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라며 “작가는 물론 기관도 문제가 될까봐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는 점을 짚었다.

풍자 만화 <멤버 유지>(member yuji). 오창식 작가 제공

실제로 이 일이 불거진 이후 10월21~25일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딸림 행사로 열린 ‘국제애니메이터&만화가 초청전’에 출품한 만화 50여점 가운데 딱 한 작품만 돌연 전시가 불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로막힌 출품작은 오창식 작가의 <멤버 유지>(member yuji)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풍자를 담은 만화였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문체부로부터 국고보조금 1억2천만원을 지원받는 행사다. 신 원장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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