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쫓아온 檢에 흔들흔들 민주…친문 챙기는 이재명
김건호 2022. 12. 25. 21:01
수사 분수령 터질 경우 당 내부 대안론 가능성도
“올 것이 왔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 민주당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대장동 비리 의혹에서부터 쌍방울 그룹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이 대표를 옥죄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은 대응방안에 고심 중이다. 연일 여당은 이 대표에게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다른 국민과 똑같이 대응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이 대표의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처한 사법리스크뿐만 아니라 당내 위치를 고려해야 하는 이 대표의 입장은 간단치 않다. 현재 소환조사가 통보된 성남 FC 후원금 의혹뿐만 아니라 대장동 수사 등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 분수령이 터질 경우 친문계 등 당 내부에선 대안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친문계 의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여론전에 보다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장 검찰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상황인 이 대표는 지난 2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방위적인 야당 탄압 파괴 공작, 정적 죽이기에만 진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경북 안동을 찾아 검찰의 소환을 야당 파괴라고 규정한 데 이어 연속 비판 발언을 쏟아내며 향후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다른 검찰 수사까지 언급했다. 이 대표는 “서해 피격 사건이나 월성 원전 등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야당 탄압 파괴 공작, 정적 죽이기에만 진심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한 장관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다른 국민처럼 이 나라 사법 시스템 안에서 대응하시면 될 문제고, 그래야만 하는 게 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24일 국회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받는 정치인이 과도하고 과장된 발언을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은 즉각 지원 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소환통보와 관련해 “이제 국회는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내려놓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빨리 검찰에 출석해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는 망나니 칼춤이라며 먼저 인간이 되라고 외치고 있지만, 그 입을 떠난 말들은 이내 스스로를 삼켜버리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막아서도 봄은 온다”고 비판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상황과 증언 등에 비춰보면 이 대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까지 기소하며 이 대표의 양팔을 묶었다. 여기에 남욱 변호사를 포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은 이미 이 대표를 돌아섰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한 수원지검의 소환통보는 향후 있을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 등에 미뤄 전초전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여론은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어 45%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의 지지율이 10%p 넘게 올랐다.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주 전에 실시된 직전 조사(4~6일)보다 5%p 상승한 44.5%를 기록했다. 특히 정치성향 중 진보층이 10.2%p 증가했는데,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극단 선택, 측근 구속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돌아선 진보성향층이 윤 대통령 긍정평가층에 흡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지난 당권 경쟁부터 터져 나온 친문계 의원들 간의 갈등도 이 대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친문그룹은 검찰 소환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방탄 정당 이미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비추고 있고, 이 대표의 출석여부가 친명계와 친문계의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당내 지지기반을 확고히해 검찰과의 전면전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3일 국민보고회에서 “지킬 건 이재명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와 국민”이라며 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여기에 새해 초 문재인 전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하는 등 친문계 달래기에 나선다. 이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생 경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남 양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만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인근 봉하마을에도 들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새해 인사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꺼리는 분위기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소환 통보한 상황에서 친문계 의원 등 당내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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