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노점상들, 성탄 이브 장사 접고 ‘인파 관리’ 안전봉 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3년 만에 맞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6시 찾아간 명동 거리는 성탄절을 즐기려는 연인·가족이 대거 몰리면서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불황과 한파 속에서도 이날만큼은 산타 복장을 한 외국인이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고 구세군의 모금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하지만 이날 저녁 내내 명동 거리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번쩍이는 경광봉을 들고 길 안내를 하던 사람들이었다. 명동 거리를 걷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멈춰 서자 이들이 다가와 “원활한 통행을 위해 갑자기 멈추지 말아 달라”고 안내했다. 응급환자가 나와 구급차가 거리로 들어서자,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길 가장자리로 정리해 차량 통행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주황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사실 명동 일대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노점 상인들이었다. 원래 크리스마스는 연중 최대 대목 중 하나지만, 24일 362곳에 이르는 명동 노점상은 전부 휴업을 했다. 이 중 30여 명은 이날 자발적으로 인파 관리를 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갑자기 사람이 몰려 혹시라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20년째 명동에서 닭꼬치를 팔고 있는 이강수(49)씨는 “수십 년간 거리에서 장사한 노하우로 몇 시에 어느 골목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지 제일 잘 아는 건 우리 상인들”이라며”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이브 장사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3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들이 장사해 온 명동은 ‘유령 거리’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엔 고물가가 덮친 데다, 불황에 한파·폭설이 이어지면서 매출이 제대로 오르지 않고 있다. 명동에서만 29년간 노점 옷장사를 했다는 최대성(48)씨는 “관광객이 서서히 들어오고는 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도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명동의 큰손으로 분류되는 중국인, 일본인이 아직까지 많이 보이지 않는 데다가 국내 경기도 어려워 매출이 제대로 오르지 않고 있어 전면 휴업을 결정하는 건 솔직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들의 결정을 반겼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명동을 찾았다는 직장인 박은서(28)씨는 “명동 노점이 워낙 명물이라 못 보게 된 건 아쉽다”면서도 “생각보다 많이 붐비는 데도 확실히 길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노점이 없으니 다니는 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명동 노점에서 완구를 판매하는 차은철(53)씨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안전하게 보낸 걸 계기로 명동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쇠솥에 밥·찌개 끓인 후 한껏 올라간 집밥 맛
- 벨트 하나로 EMS·온열·진동 3중 관리, 허리 통증에 온 변화
- 1++ 구이용 한우, 1근(600g) 7만2000원 특가 공구
- 84세 펠로시, 2년 뒤 또 출마?… 선관위에 재선 서류 제출
- 트럼프, 월가 황제 JP모건 회장도 “내각서 배제”
- 광주서 보기 드문 초대형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 거주 후 분양 전환 가능
- 혼잡 통행료 시행하겠다는 뉴욕주, 트럼프 “가장 퇴행적인 세금”
- “트럼프 측, IRA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계획”
- 교육·문화 2892억, 사회통합에 603억
- 서울시 ‘남녀 미팅’ 참가 경쟁률 33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