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의 1년전 예언 “엄청난 경제 위기”...그 시기는 [Books]
올해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전례 없는 위기를 가져온 해였다. 코로나19로 달아올랐던 글로벌 자산시장은 주식과 부동산, 채권이 모두 동반 하락하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내년을 앞두고 많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위기 이후의 세계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들도 있었다. 매일경제와 예스24 선정 ‘올해의 책’을 통해 팬데믹 이후의 세계가 호출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는 코로나19와의 전쟁 한복판인 지난해, 베스트셀러 전작 ‘원칙’의 뒤를 잇는 책을 펴냈다. “미래의 시간은 우리 세대가 경험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이 책은 그가 위기에 대처하는 원칙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가 체감한 과거와 다른 거대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막대한 빚과 제로금리로 인해 전 세계 3대 기축통화국이 엄청난 양의 화폐를 발행했다. 둘째, 지난 100년간 발생한 빈부 격차,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로 인해 국가별로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으며 특히 미국에서 이 현상이 심했다. 셋째, 새로운 강국(중국)이 출현해 기존 강국(미국)과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과거에서 지혜를 길어오기 위해 그는 제국의 흥망성쇠와 기축통화, 시장을 연구했다. 그가 지목하는 현재와 유사한 과거는 1930~1945년, 바로 대공황 이후다. 이 시기 네덜란드와 대영제국의 부상과 쇠퇴가 있었고, 중국 왕조의 흥망이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흡사한 과거의 유행병과 기근, 홍수 같은 자연재해 또한 그의 참고문헌이 됐다. 그가 연구한 제국과 왕조는 전형적인 ‘빅 사이클’을 그리며 성장했다 사라졌다. 그는 “이 사이클이 변화할 때 역사의 지형이 바뀌고 사람들의 삶이 큰 폭으로 변화했다”고 단언한다.
미래를 다룬 3부에서의 그의 예언은 흥미롭다. 그는 현재의 기축통화는 과거의 기축통화와 유사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기울다가 매우 빠르게 쇠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동시에 그는 책 출간(2021년 11월) 후 약 4년 뒤 침체가 올 것이며, 커다란 위기도 약 5년 뒤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 이후 길을 잃고 있는 세계 경제의 향방을 예견해주는 현자의 조언을 만날 수 있다.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펴냄
세계 최고의 경제위기사(史) 저술가가 팬데믹 시대를 돌아본다. 100년 만의 위기였던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붕괴’와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까지를 다룬 ‘대격변’을 쓴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가 민첩하게 동시대를 기록으로 남겼다. 2020년 1월 이후 18개월간을 돌아보며 투즈는 이 사건을 ‘진정한 세계대전’이라 부른다. 인류와 환경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그 역풍으로 나타난 인류세 시대의 첫 번째 위기라는 이유에서다. 서론부터 투즈가 정의하는 2020년 이후 2년은 ‘불신의 시대’다.
투즈는 놀랍게도 코로나19는 기폭제에 불과했다고 진단한다. 2019년 이미 국제 성장은 심각하게 둔화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고, 브렉시트 협상 기한도 시한폭탄처럼 다가왔다. 유럽에선 난민 위기가 증폭됐다. 뮌헨안보회의가 ‘서구의 부재’를 경고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책이지만 이미 투즈는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을 이유로 ‘새로운 냉전’의 기운을 감지한다.
신구 냉전을 나누는 차이로 저자는 경제를 지목한다. 구소련과 달리 중국과 냉전을 벌이는 건 전 세계 기업과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준다. 진퇴양난의 냉전이다. 또한 재난 이후의 세계는 부의 양극화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19세기적인 계급 투쟁의 부활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과 막대한 재정 축적의 수레바퀴가 촉발한 범유행 감염병이 1980년대 이후 경제 정책에서 우위를 점해온 신자유주의의 종언(終焉)을 선언했다고 진단한다. 애덤 투즈 지음, 김부민 옮김, 아카넷 펴냄
하이프 머신(Hype Machine). ‘소셜미디어가 만들어 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뜻하는 말로, 세계적인 데이터 과학자 시난 아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명명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꾼 가장 극적인 변화는 온 세상이 하이프 머신에 접속하게 됐다는 점이다.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은 팬데믹과 동시에 하루에도 사용자 수가 50%씩 늘어났다. 2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하며 MIT 소셜분석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아랄 교수는 “하이프 머신에는 장밋빛 약속과 위험이 모두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하이프 머신은 인간의 정신을 대상으로 한다. ‘좋아요’를 누르는 우리의 활동은 데이터 잔해를 만들고, 이 잔해는 분석되어 설득력을 높이는 더 강력한 머신을 만든다. 2018년 아랄 교수는 10년간의 트위터 데이터를 분석해 가짜뉴스 확산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고, 이는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6배나 더 빨리 더 깊이 더 멀리 퍼진다는 연구였다.
2013년 백악관이 공격당했다는 가짜뉴스로 몇 초 만에 1400억달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페이스북이 어떻게 알고리즘을 바꿔 2012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하이프 머신이 생산성 혁신, 민주화 등을 안겨줄 수 있지만 통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경제, 공중위생에 치명상을 입힐 ‘양날의 칼’이라고 정의한다. 시난 아랄 지음, 엄성수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뉴욕타임스 편집위원이자 경제·비즈니스 분야 주필인 빈야민 애펠바움은 1969년부터 2008년까지를 책 원제처럼 ‘경제학자들의 시간’이라 명명한다. 1950년대까지도 미국에서는 경제학자의 현실 참여가 드물었다. 1950년대 초 폴 볼커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출세를 포기하고 인간 계산기처럼 일하며 윗사람을 위한 자료 정리 같은 허드렛일을 했다. 경제학자들이 하위직에 몰려 있을 때 고위직은 은행가, 변호사, 돼지 축산업자 등이 차지했다.
그런 시기에 혁명적인 경제학자가 등장했다. 밀턴 프리드먼을 위시한 경제학자들은 과세와 공공지출을 제한하고 규모가 큰 경제 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하며, 세계화를 향한 길을 마련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설득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연방 법원이 독점금지법을 적극 집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1970년 아서 번스는 경제학자가 중앙은행을 이끄는 시대를 열었고, 미국 정부가 임용한 경제학자는 1950년대 2000여 명에서 1970년대 말 6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경제학자의 크로니클은 흥미진진하다. 1974년 칵테일 냅킨에 곡선 하나를 그려 감세를 공화당 경제정책 기조로 정한 아서 래퍼, 시각장애인 경제학자로 닉슨이 징병제를 폐지하도록 이끈 월터 오이, 항공 여행 규제를 완화한 앨프리드 칸, 게임이론가로 인간 생명을 달러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토머스 셸링 등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웅이다.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뒷받침해줄 생태계가 없다면 하나의 이론적 실험에 그치고 만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AI) 기술의 일종인 ‘머신러닝’이다.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기계 스스로 경험을 통해 자동으로 개선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인 머신러닝은 미국의 AI 분야 개척자로 불리는 아서 사무엘이 1959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반세기 동안 머신러닝은 우리 주변에 존재했지만, 인터넷 인구가 지금처럼 많아지기 전까지는 그 효용이 증명되지 못했다.
‘파이브 포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파운더스 스페이스’의 스티븐 호프먼이 스타트업 사람들과 과학자들을 만나면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예측한 미래의 근본적인 동력 다섯 가지를 뜻한다. 뇌파를 인터넷과 연결해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지식을 확장하는 ‘뇌 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컨버전스’, 우주 공간의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 확장주의’, 인간을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시키는 ‘딥 오토메이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 로봇의 출현으로 변화하는 사회인 ‘지능 폭발’이 호프먼이 제시한 동력이다.
이 책은 이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의 발전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 창업가나 투자자, 연구자, 기업들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협업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최신 기술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스티븐 S 호프먼 지음, 이희령 옮김, 까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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