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몰 법안·국조 연장, 여야 정략 벗어나 매듭짓길
여야가 24일 새벽 638조7000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법정 시한을 22일 넘긴 데다 제대로 된 속기록도 없는 ‘지각·밀실 합의’에 막판까지 반대 토론·기권표가 속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 처리라는 큰 고비를 넘었지만, 국회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한 일몰 법안이 쌓여 있다. 연말에 시효가 끝나는 민생 입법도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이 됐다.
일몰·쟁점 법안에는 유독 노동 현안이 많다. 안전운임제를 2025년까지 3년간 연장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9일 야당이 국토교통위에서 단독처리한 뒤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있다.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은 당초 정부가 화물연대에 제시했다 파업 종료 후 철회한 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예산 처리 직후에도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업 진압 후 보수층 지지율이 반등한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는 3대 부패”라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화물차의 과로·과속·과적을 막으려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에겐 고물가 시대 최저임금과 같은 생명줄이다. 여권은 당초 협상안대로 안전운임제를 민생 문제로 풀어야 한다. 혹여 이를 초강경 노동정책의 마중물로 삼으려는 발상이라면 즉시 접기 바란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해 2년 더 주 60시간 근무(주 52시간+8시간 추가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6일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에 오른다. 윤 대통령이 ‘초당적 사안’으로 꼽았지만, 노동계는 한 차례 연장한 영세기업의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된다며 맞서고 있다. 전체 취업자 3명 중 2명(68%)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환노위엔 파업 손배소·가압류 남용을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도 계류 중이다. 국회는 소사업장 실태와 노동·건강권, 입법 효과를 면밀히 살펴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연말 일몰되는 건강보험료 국고 지원(건보 예상수입액의 20%)과 에너지 가격 급등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의 회사채 발행한도 확장도 해를 넘길 이유가 없다. 늑장 출발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장도 시급해졌다. 국조는 현장조사만 마친 채 활동기간 45일 중 32일(71%)이 지났다. 귀책 사유가 예산 대치에 있는 만큼 여야는 당초 약속대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해 유족·국민이 인정할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여야는 25일 경제위기·이태원 참사·한파 속에서 아프고 힘든 세상을 살피겠다는 성탄절 성명을 내놓았다. 지금 그 손길이 시급한 곳은 민생과 재난 현장이다. 여야는 해를 넘기기 전 일몰·민생 입법과 국조 연장을 책임있게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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