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풀어달라 난리인데…“규제 환영합니다” 하는 기업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2. 12. 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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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규제 강도 더 커질수록
‘비식별’ 솔루션 기업 가치 상승
인피닉, 영상 특화 비식별 솔루션
파수, AI로 민감정보 철통 관리
얼굴 정보를 노이즈 화면으로 바꾼 뒤 AI로 정확히 특징을 분석하는 딥핑소스의 비식별 솔루션. <사진제공=딥핑소스>
#세계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6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용자를 상대로 충분한 동의 절차 없이 얼굴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 페이스북은 동의 절차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입장이 갈렸지만 민감 정보에 대한 비식별 조치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개선을 약속했다.

이처럼 한국과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하면서 ‘데이터 비식별’ 솔루션을 보유한 혁신 기업들이 웃음짓고 있다. 자율주행 데이터 전문기업인 인피닉과 정보보안 기업 파수, 익명화 영상분석 전문기업 딥핑소스가 그 주인공. 통상 정부 규제가 기업의 미래 사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이들 기업은 정부 규제 강도가 세질수록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이색 구조다.

인피닉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율주행 데이터의 민감정보 비식별 솔루션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이미지나 영상 내 얼굴, 차량번호판과 같은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해당 영역만 흐리게 처리하거나 딥페이크(다른 얼굴로 합성)로 바꾼다. 인피닉은 해당 솔루션을 최근 고도화해 ‘하이디(Heidi)’라는 이름의 새로운 솔루션으로 오는 1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블러 처리 정확도를 99%까지 끌어올리고 초당 처리 이미지 수도 12장으로 확대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퀄컴 등 글로벌 40여개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인피닉의 비식별 기술에 주목하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보안 기업 파수의 경우 ‘애널리틱디아이디(ADID)’라는 솔루션에서 자연어 처리 기술을 탑재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명 혹은 익명처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비정형 텍스트나 문서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현미경처럼 검증하고 찾아내는 방식이다.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안전한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원하는 기업들이 파수의 ADID 솔루션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딥핑소스의 경우 영상 속 데이터를 비식별화 데이터로 전환하는 솔루션으로 특히 유통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은행,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CC(폐쇄회로)TV에 찍힌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개인정보 침해 걱정 없이 분석해 유통기업들의 서비스 고도화에 유용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CCTV 영상이 딥핑소스의 AI 박스를 거치면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노이즈 화면으로 바뀐다. 대신 AI는 화면 속 객체를 인식하고, 이를 텍스트 정보로 제공한다. 딥핑소스 측은 “단순히 사람의 얼굴이나 특정 사물을 가리는 수준을 넘어 전체 화면을 가리고 오로지 AI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민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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