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기우 장편소설 ‘리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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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가 갓난아기를 택배로 보내왔다. 나는 놀라서 쓰러졌다. 감금증후군 환자가 됐다. 갓난아기는 죽어 냉장고 속에 갇혔고 나는 살아 냉장고 밖에 갇혔다. 둘 다 얼어 있다. 나는 침묵한다."
'아리랑', '재즈', '뽕짝과 엔카', '블루스', '찬양과 성가', '자진모리와 휘모리', '마당굿의 고사 축원', 그리고 죽은 아기의 울음까지 인간 세상의 거의 모든 리듬이 소설 속에 어우러지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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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교수 “김기우 소설은 흥미로운 고통이 문장마다 스며든다”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윤주가 갓난아기를 택배로 보내왔다. 나는 놀라서 쓰러졌다. 감금증후군 환자가 됐다. 갓난아기는 죽어 냉장고 속에 갇혔고 나는 살아 냉장고 밖에 갇혔다. 둘 다 얼어 있다. 나는 침묵한다.”
연락두절된 연인이자 제자가 ‘잘 살펴 달라’면서 갓난아기를 택배로 보내왔고, 음악가인 남자는 놀라 쓰러져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남자는 아기의 시신을 베란다 냉장고 속에 보관한다.
충격적 사건으로 시작하는 김기우 작가의 장편소설 ‘리듬(Rhythm)’은 공교롭게도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한 이른바 ‘아이 시신 김치통 보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출간됐다.
소설 ‘리듬’은 예술을 업으로 삼은 인물들이 ‘기억과 회상’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주인공 3인의 남녀가 1인칭 화자로 번갈아 속내를 밝히면서 전개된다.
이야기는 ‘침묵’으로 시작하지만 내내 음악과 노래, 소리와 울음 등 다양한 발화의 방식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냈다. ‘아리랑’, ‘재즈’, ‘뽕짝과 엔카’, ‘블루스’, ‘찬양과 성가’, ‘자진모리와 휘모리’, ‘마당굿의 고사 축원’, 그리고 죽은 아기의 울음까지 인간 세상의 거의 모든 리듬이 소설 속에 어우러지며 울림을 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리듬과 함께 ‘사랑’에 대해서도 심층 고뇌한다. “사랑은 온전히 감정 그 자체였다. 어떤 대단하고 완전한 이성이라도 사랑의 감정에는 당하지 못한다. 손톱만한 크기의 사랑일지라도 그 작은 감정에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107p), “사랑은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 무거운 것은 질투뿐인가.”(106p), “사랑이 끝나면 세상 이치에 밝아지는가요.”(139p)
주인공 세 남녀의 행적과 의식과 사건은 음악과 함께 평창동, 홍제동, 구룡포, 동두천, 미군부대, 의정부 등에서 흥미롭게 펼쳐지며 애절한 음악회와 함께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의 발문을 쓴 한만엽 전 강원도시가스 대표는 “모두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서로 사랑이라는 그물망에 얽혀 있다”며 “세 인물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조명해 독자에게 여러 겹의 독서 체험을 주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했다.
이 작품의 해설을 쓴 주철환 아주대 교수는 “주인공이 찾으려는 ‘멜로디가 밀려날 정도의 리듬감(194p)’이란 결국 인간의 회복이자 자연의 이름(순리)과 신의 리듬(섭리)를 되살리려는 갈망이다”고 해석했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은 자기 소리를 밖으로 표현 못 하는 사람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김기우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뒤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봄으로 가는 취주’, ‘달의 무늬’,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등의 창작소설책을 출간했다. 이번 신간 ‘리듬’은 다섯 번째 창작소설이다. 창작이론서 ‘이아덴티티 이로의 주고’, 장편동화집 ‘봉황에 숨겨진 발해의 비밀’, 글짓기 지도서 ‘글쓰기 왕’ 등도 펴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출강한 바 있으며 현재 경기 양주시에 거주하며 한림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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