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피·10만전자 간다면서요"…올해도 어긋난 전망
지난해 증권가 2798~3455선 전망…최대 3600도
카카오그룹주, 빅테크 부진 속에 목표주가도 60%대 뚝
"예상외 변수 많았다…내년은 증시 예측성 높을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돌발변수가 다 터진 한 해였습니다.”
지난 1월 초 297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12월 말 현재 2310선으로 미끄러졌다. 코스닥 역시 1000선을 웃돌았지만 현재 700선도 못 지키고 있다.
올해 증시가 단 4거래일만을 남겨둔 가운데, 지난해 이맘때 2022년 코스피 지수가 36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장담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올해도 ‘양치기 소년’이라는 소리에 민망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코스피 3600’도 외치던 증권가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월 3일 2977.65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12월 23일 종가 기준 22.30% 내리며 2313.69에 머무르고 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33.15%(1033.98→691.25) 하락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전문가들은 증시가 2021년 최고 기록이던 3300선(종가 기준 3305.21, 장중 최고치 3316.08)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이데일리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명을 대상으로 2022년 코스피 전망을 설문한 결과 예상 범위는 2798~3455선이었다. 특히 전망치 최고점은 3600에 달했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완화적인 스탠스로 전환해 신흥국 증시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고, B증권사 센터장은 “기업 실적 및 유동성 둔화 우려가 상반기 선반영되면서 하반기 우호적인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올해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넘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2200선 아래로 내려간 날도 5거래일에 달했다.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도 빠르게 내려왔다. 특히 미국발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시장 유동성이 쪼그라들자 빅테크주는 한파를 직면하게 됐다. 보통 빅테크 같은 성장주에는 미래 가치가 반영이 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비대면 문화가 다시 가라앉기 시작한 데다 경기침체로 광고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377300)의 증권가 목표주가는 연초 16만원에 달했지만, 이달 23일 기준 5만9000원까지 내려왔다. 무려 68.19% 깎인 셈이다.
실제 올해 카카오페이의 주가 하락률은 68.08%에 달한다. 최근 로카 모빌리티 인수 가능성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금융 서비스 매출의 부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황은 카카오뱅크(323410)도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는 연초 7만2833원이었지만 현재 68.17% 쪼그라든 2만3183원에 불과하다. 카카오(035720) 역시 목표주가가 16만2842원에서 7만3273원으로 내려오며 목표주가가 55.0% 줄어들었다. 카카오와 함께 빅테크주를 이끄는 네이버(035420)의 목표주가 역시 연초 54만7000원에서 현재 26만7864원으로 51.03% 내려왔다.
목표주가 하향 추세는 반도체종목도 마찬가지다. 국민주이자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005930)의 연초 목표주가는 9만7304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7만6708원에 그치고, 현재 주가 역시 5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업종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의 목표주가도 올해 무려 40.61% 내린 11만6167원이다. 올해 내내 과잉공급에 따른 재고 문제가 확대된 데다 수요까지 줄어들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형제들, 목표가 3분의 2 깎였다
증권가의 전망을 믿고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은 올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 투자자는 “올해 초만 해도 ‘6만전자’라고 하면 싸다고 들어가라고 해놓곤 지금은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하니 화가 난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믿고 투자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이코노미스트는 “연초만 해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100bp(1bp=0.01%포인트)를 올리는 건 상상도 못했다. ‘울트라스텝’이란 단어도 없지 않았느냐”라며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증권가도 참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해였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술(IT) 전문 애널리스트 역시 “증권가가 긍정적으로 목표가를 제시했던 점도 분명히 문제지만 글로벌 긴축 속도가 시장 전망보다 빨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예상보다 길어지는 등 변수가 많았다. 그 결과 목표주가 변동률도 심했다”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변동성이 줄어들며 증시 예측성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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