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오면 단골에 알려요"… 전통시장 카톡채널로 소통
카카오 '우리동네 단골' 프로젝트
"매출 최대 20% 올리는게 목표"
점포 39곳중 35곳서 참여 의사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고 상품 사진을 찍어 올리며 손님들과 소통하다 보니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월곡시장에서 건어물 상점 '동호상사'를 운영하는 박미영 사장은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카카오톡 채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랐는데, 이젠 새로운 상품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홍보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2년부터 월곡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박 사장은 지난달 14일 카카오톡에 사업자 전용 채널을 개설했다. 박 사장이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에서는 대추, 곶감, 곱창김, 멸치 등 판매대에 진열된 상품들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진은 박 사장이 직접 휴대전화로 촬영해 편집한 뒤 게재한다. 여기에 '대추 사러 오세요', '맛있는 햇자반 끝내줍니다', '22년산 싱싱하고 맛있는 멸치' 등 친절한 안내까지 곁들인다.
박 사장이 처음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이유는 월곡시장이 카카오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참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카카오톡 채널이 무엇인지도, 사진에 어떻게 글씨를 새겨 넣는지도, 동영상을 만드는 법도 몰랐다는 박 사장. 이젠 혼자서도 척척해낸다.
카카오의 상생 프로젝트 '우리동네 단골시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에 디지털 전환 DNA를 주입하는 것이 골자다. 단순히 전통시장 시스템을 디지털로 바꾸는 게 아니라 상인들이 직접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를 토대로 상인들이 자생력을 확보해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디지털 전환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준다는 취지다.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다는 특성상 디지털 전환이 비교적 쉽지 않다. 이에 카카오는 디지털튜터로 불리는 직원들이 시장에 상주하며 상인들에게 일대일 맞춤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디지털튜터들은 카카오톡 채널 개설부터 카메라 설정, 사진 촬영·수정, 온라인 전단 제작, 쿠폰 발행, 공지글 작성, 손님과 소통 방법까지 상인들이 어렵고 배우기 힘들어하는 부분을 세심히 교육하고 살핀다.
박 사장 역시 디지털튜터와 함께 공부하며 디지털 소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박 사장은 "디지털튜터들이 상인들에게 직접 카카오톡 채널 운영 방법을 알려주는 만큼 재미도 있고 공격적인 영업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매출을 10~20% 이상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월곡시장에 위치한 총 39개 점포 중 35곳이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프로그램은 지난달 1일 시작해 이달 23일 끝났다. 이 기간 기술적 문제로 진행이 어려웠던 두 곳을 제외하고 33개 점포는 모두 카카오톡 채널 개설과 디지털 교육을 마쳤다.
프로그램 초반 디지털 기술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던 상인들은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튜터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해나갔다. 참기름 등을 판매하는 '복있는 사람들'의 임은숙 사장의 경우 프로그램 초반 3주가량은 딸에게 교육을 받게 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직접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 중이다. 임 사장은 "초반엔 두려움이 있었는데 대표로서 고객을 맞이하려면 채널 운영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어제 배운 것도 오늘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 했는데 디지털튜터들이 상점으로 찾아와 반복해서 가르쳐주니 할 수 있더라"고 말했다.
정옥선 디지털튜터는 "초반에는 카카오톡 채널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 진행에 어려움이 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도가 올라가니 '이런 홍보 메시지를 이전에 받아봤는데 나도 보낼 수 있느냐' 등 재미를 느끼고 열정을 쏟으려는 모습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세은 디지털튜터는 "채소 상점인 '싱싱야채' 상인의 경우 휴대전화에 아예 관심이 없었고 가게 운영으로 바쁜 상황인데도 사진 찍기, 글씨 넣기 등 숙제를 성실히 수행해 감동받았다"며 "시금치, 콩나물 사진에 투박한 글씨가 담긴 홍보물로 세련되진 않았지만 싱싱야채만의 감성이 담긴 채널"이라고 전했다.
'우리동네 단골시장'은 카카오톡 채널 개설·운영 외에도 '단골시장 응원키트' 등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안내판·명함 제작을 비롯해 카카오톡 채널 추가 시 지급하는 쿠폰 비용, 채널 메시지 발송을 위한 무상캐시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월곡시장 내 상점 가판대 곳곳에는 카카오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안내판이 부착됐다. 안내판에는 상점 카카오톡 채널로 연결되는 QR코드와 함께 상인들의 운영 철학과 특색이 담긴 문구가 적혀 있다. 상점마다 문구가 달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컨대 꽈배기를 팔고 있는 '꽈배기에 반하다'의 안내판 문구는 '광주 최초 양파기름으로 튀긴 꽈배기'다. 월곡시장 안에 위치한 식당 '황금골목'의 안내판 문구는 '쥔장 입은 청와대'로 주인장의 음식 안목이 청와대 셰프처럼 고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월곡시장은 카카오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미경 월곡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통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카카오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전문가 초빙 등 디지털 전환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명품 가는 시장, 디지털 전환 1등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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